대한(大寒)
이름부터가 단단하다.
크고, 깊고, 물러섬이 없는 추위라는 뜻이다.
예전에는 이런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다.
“소한집에 놀러 간 대한이 얼어 죽었다"라고
그러나 올 소한 때에는 놀러 간 대한이 반팔 차림으로 놀다 갔다더라.”
따뜻했던 올해 소한을 비유한 말이었다.
옛사람들은 소한 추위는 매서워도
대한은 이름만 요란하다고 웃어넘겼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오늘 대한날, 만약 소한이 놀러 왔다면
솜바지에 솜저고리를 둘둘 말고도
덜덜 떨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올겨울, 대한은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물렁한 놈인 줄 알았던 올 동장군,
한 성깔 제대로 부린다.
얼음칼을 휘두르고
추위벌레를 거느리고
냉기를 죄다 불러 모아
“이게 진짜 겨울이다” 리고
추위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한은 겨울을 마무리하는 절기라 했다.
절기 이름만 보면
가장 추운 때가 바로 이 시기다.
실제로는 우리나라에서는
소한 무렵이 더 추운 해가 많다고 하지만
올해는 그 통례를 보기 좋게 뒤집었다.
'추위란 이런 것이야'
본때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한이 지나면 입춘이 온다.
달력으로만 보면
겨울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이때가 바로 음력으로는 섣달,
조상들이 가장 경계하던 시기다.
“섣달 추위에 어금니가 깨진다.”
설을 앞둔 이 무렵,
겨울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듯
사납게 발악한다고 믿었다.
마무리는 언제나 집요한 법이다.
대한 추위를 대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 추위를 즐기는 이가 있을 테고,
이 추위를 피하고 싶은 이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지까짓게 추워야 얼마나 춥겠어. 견뎌보는 거지 뭐.”
맞다.
겨울은 결국 지나간다.
하지만 무작정 버티는 것과
제대로 대비하는 것은 다르다.
이 강추위를 이겨내는 지혜는
동장군에게 당당히 맞서는 것이다.
겨울을 이기는 건
결국 지혜로 맞서는 생활의 태도에 있다.
대한은 겨울의 끝자락에서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이 추위를 어떻게 건너갈 거냐고.”
맞서 싸울 필요도 없고,
겁낼 필요도 없다.
그저 알고, 준비하고,
천천히 지나가면 된다.
대한이 아무리 성질을 부려도
입춘은 반드시 온다.
지금 이 추위는
계절이 남긴 마지막 고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