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월 31일이다.
열두 달 가운데 하나가 조용히 지워지는 날이자, 365일 중 서른 하루가 밀려나는 순간이다.
달력 한 장이 넘어갈 뿐인데,
시간이 실제로 손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문득 오래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조카가 어릴 적 내게 물었다.
“삼촌, 왜 1년은 열두 달이에요?”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질문 앞에서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 조카의 물음은 내 질문이 되었다.
답을 찾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
서가를 지키던 사서에게 사정을 설명하자
‘달력과 시간의 천문학’이라는 책을 권해주었다.
책장을 넘기며 읽어 내려가는 동안
막혔던 체증이 내려가듯 궁금증이 시원하게 풀렸다.
"1년이 열두 달로 나뉜 이유는
달의 움직임에서 시작되었다.
달은 약 29.5일을 주기로 차고 기운다.
이 주기가 1년에 약 열두 번 반복되면서
인류는 자연스럽게 한 해를 열두 번의 달 변화로 나누었다.
고대 로마는 이 자연 현상을 행정과 역사에 맞게 정비했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쓰는 12개월 체계가 굳어졌다."
시간의 단위 역시 우연이 아니었다.
1시간을 60분으로, 1분을 60초로 나눈 체계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60진법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루와 시간을 보다 세밀하게 나누기 위해 선택된 방식이 수천 년을 지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책을 덮고 도서관을 나서던 순간,
나는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의기양양했다.
이제는 조카의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다는 생각에 혼자서 웃음이 나왔다.
그 후 또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음력을 사용해 왔다는 점이다.
음력은 달의 위상 변화로 날짜를 정하고,
윤달과 24 절기를 통해 태양의 움직임과 계절을 보정하는
매우 과학적인 태음태양력 체계다.
자연을 관찰하고 계산해 시간의 질서를 세운
조상들의 지혜 앞에서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오늘, 열두 달 중 첫 번째 달이 지워지는 날.
단순히 한 달이 지나간 것이 아니라
수천 년에 걸쳐 다듬어진 시간의 약속이
다시 한 칸 앞으로 움직였음을 실감한다.
달력에서 사라진 한 장은
그저 끝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온 시간의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