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첫날의 단상

by 비움과 채움

2월은 늘 모자란 달로 불린다.

열두 달 가운데 가장 짧고, 달력 위에서 유독 숨 가쁘게 지나간다.

그러나 짧다는 이유만으로 2월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

오히려 2월은 한 해의 방향을 조용히 틀어 주는, 가장 중요한 전환의 달이다.


2월 1일은 한 해의 서른두 번째 날이다.

숫자로만 보면 아직 시작에 가깝지만, 계절의 흐름은 이미 변곡점에 들어선다.

입춘과 우수가 이 달에 들어 있고, 겨울은 마지막 힘을 짜내듯 버티며

봄은 서서히 문을 두드린다.

이 줄다리기 속에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가장 먼저 반응한다.

춥다 싶다가도 햇볕이 달라지고, 감기와 피로가 겹쳐 몸살이 난다.

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늘 이렇게 인간에게 먼저 신호를 보낸다.


2월에는 설명절이 있다.

명절은 기쁨이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나 같은 얼굴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풍요로운 식탁 앞에서 웃는 이가 있는가 하면, 준비의 부담 앞에서 한숨부터 나오는 이도 있다.

그래서 2월은 희비가 가장 뚜렷하게 갈리는 달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명절은 우리를 다시 사람 쪽으로 끌어당긴다.

관계와 안부,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의 날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복잡한 얼굴을 가진 2월이지만,

결국 이 달의 중심에는 ‘희망’이 있다.

동백이 피었다는 소식, 매화가 터졌다는 짧은 뉴스 하나에

사람들은 괜히 마음이 풀어진다.

봄이 온다고 해서 당장 삶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봄이 온다는 사실만으로도 견딜 힘이 생긴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식물은 싹을 틔우고, 동물은 움직임을 시작한다.

그 변화는 늘 조용하고 느리지만, 한 번 시작되면 멈추지 않는다.

2월은 바로 그 시작점에 서 있는 달이다.

아직 차갑지만, 이미 얼음은 금이 가 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생명이 준비되고 있다.


그래서 2월은 짧아서 아쉬운 달이 아니라,

희망이 가장 먼저 활짝 피는 달이다.

완성은 아니지만 방향은 분명해지는 시간,

끝이 아니라 시작을 예고하는 달이다.


2월 한 달 동안,

누군가의 가슴에 얼어붙은 마음이 조금씩 녹고

작은 꽃 하나라도 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어도 좋다.

다만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감각,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피어나기를.


2월은 그렇게,

희망을 연습하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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