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재난 안내 문자가 오늘 아침 출근길엔 많은 눈이 내릴 거라 예고했었다.
기상청 예보에는 한동안 눈 소식이 없어, 눈이 고픈 마음에 지인들에게 “눈이 그립다”는 말을 흘려보냈는데
그 마음을 하늘이 들여다보기라도 한 걸까.
한동안 겨울답지 않은 눈가뭄이었다.
예부터 겨울철에는 눈이 넉넉히 내려야 그해 농사가 잘된다고 했다.
쌓인 눈이 천천히 녹아 땅으로 스며들면
메마른 흙은 물을 머금고, 보이지 않는 땅속 저수지도 차곡차곡 채워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열었다.
눈이 내려 쌓여 있다.
밤새 기습적으로 내리고 멈춘 듯.
눈송이들이 나뭇가지 위에, 지붕 위에, 하얗게 쌓여 있는 걸로 보아 제법 많은 양이다.
이 눈이 도로 위로도 쌓여 있을 것이다.
공무원들은 염화칼슘을 뿌려대며 제설 작업에 나섰을 테고,
집집마다 사람들은 내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우며 오랜만에 눈이 선물한 수고를 묵묵히, 때로는 즐기듯 받아들일 것이다.
아이들 웃음소리와 삽질 소리가 골목마다 섞여 흐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길 위의 하루는 모두에게 같은 얼굴이 아니다.
출근길은 평소보다 느려지고, 사람들은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러워질 것이다.
뉴스에서는 자동차 추돌 소식이 전해지고,
비닐하우스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는 안타까운 장면도 이어질 것이다.
반면, 스키장은 오랜만에 내린 눈에 웃음이 번질 것이고
아이들은 창밖을 보며 겨울이 돌아왔다고 눈사람 만들 생각에 설렐지도 모른다.
눈이 오지 않으면 그리워하고,
눈이 내리면 불편하다며 그만 내려주길 바라는,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이중적이다.
누군가에겐 낭만이고, 또 누군가에겐 생계와 안전을 위협하는 무게가 되니 말이다.
그래서 오늘 기습적으로 내린 이 눈이
누군가에게는 조심스러운 하루로,
또 누군가에게는 잠시 숨을 고르게 하는 위로로 남았으면 좋겠다.
가능하다면 피해는 남기지 말고,
겨울이 아직 살아 있음을 조용히 알려주는 그런 눈이었으면 한다.
눈이 고팠던 마음을 달래주되,
누구의 삶도 짓누르지 않는 눈.
오늘의 눈은 모두에게 그 정도에서 머물러 주기를 바라고 바라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