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이 피었습니다.

by 비움과 채움

제주도로 여행을 간 친구 녀석이

수십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 속에는 온통 붉은 동백꽃이 가득했다.


애기동백이 만개한 풍경이었다.

그 붉음의 화려함에

사진을 보는 순간 단박에 취할 것만 같았다.

마치 그곳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아무 곳에나 셔터를 눌러도

작품 사진이 될 것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녀석이 사진을 잘 찍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 사진은 유난히 더 좋았다.

둥글게 다듬어진 동백나무들은

마치 하나의 커다란 꽃다발처럼 보였다.


친구가 덧붙인 글을 읽어보니

수령 45년이 넘은 동백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산책로를 따라 붉은 꽃이 겨울 풍경을 가득 채우고 있어 환상 그 자체라고 했다.

지금까지 본 동백 중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다며 느낌표를 몇 번이나 찍어 놓았다.


그곳은 4대에 걸쳐 가꿔 온 동백공원이라는데, 바닷바람이 거센 제주에 시집와

감귤 농사를 지키기 위해

토종 동백을 심었던 한 할머니의 선택이 시작이었고, 그 손길이 4대인 손자에게까지 이어져 지금의 애기동백 숲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세월이 나무를 키우고

사람의 마음이 숲을 만든 셈이다.


동백은

나무에서 한 번 피고,

송이째 떨어지져 땅에서 또 한 번 핀다고 한다.

그래서 예부터

‘두 번 피는 꽃’이라 불렸다.


엄동설한을 견디고 피어나는 꽃.

그래서인지

동백은 유난히 애절하고,

또 유난히 강렬하다.


동백의 꽃말은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 꽃말을 알고 나니

붉은 꽃잎 하나하나가

마치 마음의 언어처럼 느껴졌다.


육지에도 동백으로 유명한 곳이 많다.

고창 선운사, 여수 오동도,

강진 백련사, 통영 장사도 등

때를 잘 맞춰 찾아가면

그 붉음의 깊이에 마음을 빼앗기고,

시인이 아니어도

시 한 줄 쯤은 절로 지어낸다.


친구가 보내온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지금 피어 있을 춘백이 떠올랐다.


동백은

보고 있으면

사람을 시인으로 만드는 꽃이다.


강렬하게 피어 있으면서도

어딘가 슬프고,

아름답게 서 있으면서도

어딘가 그리운 꽃.


아마도 우리는

그 붉음 속에서

지나온 시간과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을

함께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한편,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지켜낸 붉은빛은 보는 이에게 먹먹한 감동을 주고

세상의 차가운 시선이나 고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단단한 의지와 용기를 전해주는 꽃, 동백꽃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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