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가 나는 아침이다.

by 비움과 채움

아침마다 현관문을 열고 신문을 찾는 일은 오래된 습관이다.

문을 여는 순간 스며드는 공기로 그날의 날씨를 먼저 느낀다.

춥고 따뜻함은 굳이 예보를 보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알아챈다.


“오늘 날씨 꽤 추운걸.”


혼잣말을 하며 방 안으로 들어와 신문을 펼치니 오늘 체감온도 영하 15도란다.

어제에 이어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며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특히 동파에 주의하란다.

동장군의 기세가 제법 사납다.


제주도에는 유채꽃이 피었고, 남쪽 지방에는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도 드렸는데.

그 소식들이 못내 못마땅한 듯, 동장군이 시샘이라도 부리는 것 읽까?


방 한쪽에 꾸려 놓았던 배낭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산에 나서려고 간밤에 미리 챙겨 둔 배낭이다.

문득

이런 날씨에 바람까지 분다면 산중의 기온은 얼마나 더 떨어질까.

생각만으로도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차게 느껴진다.


‘그래도 나서야지.’


마음 한편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렇게 속삭인다.


‘이런 날은 그냥 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예전 같았으면 고민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파든 폭우든 마음먹었으면 곧장 나섰다.

돌아보면 그것이 젊음이었다.

몸이 앞서고 마음이 따라오던 시절,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더 컸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염려가 늘었다.

근력도, 순발력도, 민첩성과 판단력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마음이 등을 떠밀기보다는 잠시 멈추어 서게 만든다.

그런 일이 잦아 젔다.


한편으론

전국의 산을 실컷 다녔으니

이제는 바라만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어쩌면 그것도 또 다른 나이의 방식일지 모른다.


신문을 펼쳐 들었다.

글자를 따라가며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갈등은 여전히 오락가락한다.


신문을 접으며 다시 물었다.

오늘, 나는 나서고 싶은가.

아니면 쉬고 싶은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무심코 리모컨을 들었다.


그때,

방 한쪽에 놓인 배낭이 나를 째려보는 것만 같다.


“정신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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