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오랜만에 모임을 가졌다.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둘 모여 자리를 채웠지만, 늘 시간을 정확히 지키던 한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모두 고개를 갸웃했다.
전화를 걸어 보았다.
신호는 가는데 받지를 않았다.
무슨 일일까. 괜히 마음이 불안해졌다.
일단 식사를 주문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건강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대화의 첫머리는 늘 몸 이야기다.
그러다 요즘 세상을 휩쓰는 AI와 블록체인 이야기로 옮겨 붙었다.
챗GPT, 가상화폐, 디지털 전환…. 각자 알고 있는 지식을 풀어놓으며 열띤 대화가 이어지던 순간, 문이 열리며 친구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숨을 고르던 친구의 첫마디는 뜻밖이었다.
오는 길에 스마트폰을 분실했다는 것이다.
지하철 안내센터에 들러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고, 그 순간 친구들 전화번호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고 했다.
휴대폰 하나가 사라지자 세상과의 연결이 단숨에 끊겨 버린 느낌이었다는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안내센터 직원은 혹시 습득자가 접수할 수 있다며 연락처와 기종, 색상, 케이스 안에 들어 있던 신분증과 카드까지 적어 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신고를 마치고 급히 달려왔다는 이야기였다.
식사를 이어가며 우리는 하나같이 휴대폰 분실 경험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기적처럼 되찾았고, 누군가는 끝내 찾지 못해 새로 구입했다고.
그러나 가장 당황스러웠던 기억은 기기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연락처, 사진, 메모들이 한순간에 사라졌을 때란다.
작은 기계 하나에 우리의 기억과 관계, 일상이 모두 들어 있다는 사실을 그때 실감했다고.
젊은 세대는 클라우드에 백업을 해둔다는데 하지만, 우리들에게는 아직 낯선 이야기였다.
휴대폰 분실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현실이었다.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공유와 백업을 배우자. 그리고 물리적으로라도 잃어버리지 말자.”
그날 우리는 식당을 나서며 스마트폰 액세서리 숍에 들렀다.
진열대에는 형형색색의 휴대폰 목걸이들이 걸려 있었다.
한 친구가 망설임 없이 여러 개를 집어 들더니 모두에게 하나씩 나눠 주었다.
핸드폰을 잃어버린 친구에게도 건네며 웃었다.
“네 폰은 반드시 돌아올 거야. 그나저나 네 덕분에 이제 우리 폰은 안 잃어버리겠네.”
목에 걸린 휴대폰 줄은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안심줄이었고, 관계를 붙드는 끈 같았다. 휴대폰과 한 몸이 되니 괜히 몇 번이고 손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잃어버릴까 불안해하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휴대폰을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했던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우리의 삶을 잃을까 봐 두려워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 나는 폰줄을 걸고 다닌다.
그리고 가끔 목에 닿는 그 가벼운 감촉을 느끼며 생각한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편리함과 함께 책임을 배우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작은 대비 하나가 마음의 평안을 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