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by 비움과 채움

출근길, 행길에서 유난히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비둘기처럼 옹기종기 모여 선 여중생 너덧 명이 서로를 붙잡고 배를 끌어안은 채 까르르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종이 울리듯 맑았고,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번져나갔다.


‘낙엽 구르는 소리만 들어도 웃는다’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바로 그 나이. 10대들의 순수함과 넘치는 감수성,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세상이 온통 즐거운 시절이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발걸음을 늦추자, 한 학생이 웃음을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쟤… 비둘기 똥 맞았대요.”


그 한마디에 또 웃음은 다시 폭발한다.

“하하하하!”

“극큭큭—크흐흐!”


말을 꺼낸 아이조차 웃음을 참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인다.

그들 사이 한 학생이 코를 막고 티슈로 머리를 닦아 주고 있었지만, 당사자 표정에는 불쾌함보다 웃음이 먼저 번져 있었다.

하필 비둘기라니.

당황스럽고 창피했을 법한 상황이건만, 그들에겐 오늘 상황이 최고의 유머가 되었을 뿐이다.


작은 해프닝 하나가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즐거움으로 번지고, 사소한 표정 하나에도 다시 폭소가 이어지는 나이다.

그 웃음에는 계산이 없고, 체면도 없다.

내일을 걱정하는 기색도 없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이 재미있으면 그뿐.


나는 문득 생각해 봤다.

만약 내가 비둘기똥을 맞았다면 저렇게 마음껏 웃을 수 있었을까.

머리 위로 떨어진 불순물을 ‘재수 없음’으로만 여기지 않고, 하루의 유쾌한 사건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10대의 웃음에는 상황을 바꾸는 힘이 있다. 비둘기 똥조차 추억으로 바꿔버리는 힘. 낙엽이 굴러도, 바람이 불어도, 친구의 한마디에도 세상이 흔들릴 듯 웃어버리는 그 담백함.


출근길 내내 그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맑고 경쾌한 파도처럼, 잠시 잊고 지냈던 내 안의 풋풋함이 살아났다.


오늘 아침, 비둘기 똥은 한 학생의 머리 위에 떨어졌지만,

그 웃음 덕분에 내 마음 위로도 작은 웃음꽃 하나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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