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골목에서 마주한 전동킥보드 사고는 단순한 충돌 장면이 아니었다. 길 위에 쓰러진 오토바이와 전동킥보드, 고개를 숙인 젊은 남녀, 웅성이는 사람들, 그리고 응급차에 실려 떠났다는 배달 기사. 그 장면은 우리 사회가 충분한 준비와 합의 없이 새로운 이동 수단을 일상 속으로 들여놓았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전동킥보드는 분명 편리하다. 대학가와 주택가를 오가며 짧은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스마트폰 하나로 손쉽게 대여할 수 있다. 접근성은 뛰어나고,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 그러나 편리함은 언제나 책임이라는 조건 위에서만 정당성을 얻는다.
"전동킥보드는 개인형 이동장치(PM)로 분류된다. 원동기장치자전거 이상의 면허가 필요하며, 시속 25km 이하로 주행해야 하고, 헬멧 착용은 의무다. 2인 탑승과 음주 운전은 금지이며, 보도 주행 또한 불법이다. 자전거 도로나 도로 우측 가장자리로 통행해야 한다. 특히 무면허 미성년자가 사고를 낼 경우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가족이 전액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
법과 규정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문제는 그것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헬멧 없이 곡예하듯 달리는 모습, 인도 한복판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기기, 횡단보도를 가로막고 쓰러져 있는 킥보드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명백한 위험 요소다. 어르신, 어린아이, 시각장애인에게 방치된 전동킥보드 한 대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공공 공간은 모두의 공간이지, 특정 이용자의 편의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업체의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전동킥보드는 단순한 ‘기기 대여 사업’이 아니다. 도로와 인도라는 공공 인프라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그렇다면 이용자 자격 검증의 실효성 강화, 안전 수칙 안내 의무화, 주차 관리 시스템 구축, 방치 기기의 신속 수거, 사고 발생 시 명확한 배상 체계 마련 등 보다 적극적인 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 수익과 책임은 함께 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업체에만 돌릴 수는 없다. 이용자 역시 ‘빌렸으니 잠시 쓰고 두고 가면 된다’는 소비자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로 위에 서는 순간 우리는 단순한 이용자가 아니라 운전자다. 운전자는 자신의 안전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 책임지는 존재다. 면허 취득은 최소한의 준비이고, 헬멧은 선택이 아닌 의무이며, 속도는 자유가 아니라 절제의 문제다.
사고를 여러 차례 목격한 이후, 귀갓길 스쳐 지나가는 킥보드 소리에도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것은 개인적 예민함이 아니라,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사회적 합의에 대한 불안일 것이다.
전동킥보드는 이제 우리 일상에서 사라질 수 없는 이동 수단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금지가 아니라 성숙이다. “왜 위험한가”를 반복하는 데서 멈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안전하게 만들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속도보다 생명이 먼저이고, 편리함보다 책임이 앞선다는 단순한 원칙. 그 원칙이 생활 속에서 지켜질 때 비로소 전동킥보드는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제의 사고 장면이 누군가에게 마지막 기억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장면이 우리 모두에게 작은 경고가 되어, 전동킥보드를 바라보는 시각이 보다 책임 있고 성숙한 방향으로 바뀌기를 조용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