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였다.
지인이 가게를 열었다며 개업식에 초대했다.
장소는 일산 역세권의 요지였다. 친구 셋이 뜻을 모아 삼계탕 전문점을 연다는 소식이었다.
가게 앞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입구를 가득 채운 화환들이었다.
축하의 문구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사람들의 기대가 그 꽃들 사이에 꽂혀 있는 듯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또 한 번 놀랐다.
3층 건물을 통으로 임대해 꾸민 매장은 삼계탕집이라기보다 작은 호텔 레스토랑을 연상시켰다.
고급스럽게 꾸민 인테리어, 정갈하게 배치된 시설물, 그리고 주방에서 흘러나오는 한약 향까지.
누군가의 오랜 고민과 준비가 이 공간 곳곳에 스며 있는 듯했다.
지인은 은퇴 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상태였다.
함께한 동업자들은 건설 시행사를 운영하는 사업가와 호텔 주방장 출신 요리사였다.
각자의 분야에서 ‘일당백’이라 불릴 만한 사람들이 모여 기획하고 실행한 가게라고 했다.
전통 보양식 이미지를 넘어서 젊은 층이 찾을 수 있는 트렌디한 공간을 만들고,
1인 가구를 위한 간편식(HMR) 제품을 준비하며, 한방 재료를 활용한 기능성 레시피로 특허까지 출원했다고 했다.
말을 듣고 있자니 이 가게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세 사람의 경험과 자존심이 모인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느껴졌다.
그날 개업떡과 함께 나온 삼계탕을 먹었다.
상황버섯을 넣어 황금빛을 띠는 국물,
흑미가 들어가 검은 색감을 띠는 또 다른 메뉴.
익숙한 음식이지만 개성을 더한 맛이었다.
나는 후한 점수를 주었다.
인삼주도 몇 잔 마셨다.
취기가 오르자 자연스럽게 덕담이 나왔다.
“대박 나세요.”
밖으로 나오니 발레파킹 직원들이 몰려드는 손님들로 분주했다.
차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사람들은 웃으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안도했다.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는 몇 번 연락만 주고받았을 뿐
서울에서 먼 곳이라 다시 찾아가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통화를 했다.
생각만큼 장사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요즘 외식업이 모두 어렵지만
특히 삼계탕집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고 했다.
고물가가 발목을 잡는다고 했다.
닭 가격이 오르고
찹쌀과 마늘, 밤, 대파, 수삼까지
모든 재료 값이 올랐다고 한다.
폭염으로 닭 공급이 불안해지면서 가격은 치솟아서, 이른바 ‘금(金)계탕’이 되어.
삼계탕 한 그릇 가격이 2만 원을 훌쩍 넘자
손님들도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다고 했다.
“재료값이 오른 만큼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어들 것이고, 가격을 유지하면 남는 게 없으니...”
전화기 너머로 긴 한숨이 들려온다.
“적자가 나니까… 별 생각이 다 드네요
가게를 접어야 하나.”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다.
개업식 날의 장면이 떠올랐다.
꽃으로 가득했던 입구,
사람들로 붐비던 홀,
밝은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던 세 사람의 모습.
모든 시작은 그렇게 환했다.
하지만 장사는
의지와 열정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세계였다.
나는 잠시 아무 말도 건네지 못했다.
“제발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기도할게요.”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 이후 몇 달이 지났지만
나는 선뜻 전화를 걸지 못했다.
혹시
가게를 접었다는 소식을 듣게 될까 봐.
혹은
아직도 버티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무슨 위로를 해야 할지 몰라서.
가끔 생각했다.
개업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꿈이 문을 여는 순간이지만
장사는 그 꿈이 매일 현실과 싸워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누군가는 그 안에서
희망을 이어가고 있을 테고,
누군가는
그 고통의 무게를 견뎌내느라 힘들 테고.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 번째 사람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그날 밤의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환하게 웃으며
손님을 맞이하던 그들의 얼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