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

소서, 그 이상한 여름의 문턱에서

by 비움과 채움

소서 즈음이면 장마가 시작된다. 하지 무렵 끝낸 모내기의 모들이 뿌리를 내려 논매기를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장맛비가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며 논과 밭에 생기를 불어넣는 이맘때, 그러나 올해는 그 모습이 사뭇 다르다.


올해 소서는, 소뿔도 녹인다는 대서보다 더 더운 마른장마로 이어지고 있다. 비는 오지 않고, 습기만 머물며 열기는 더해만 간다. 타들어가는 들판, 매캐한 도시 공기, 숨 막히는 열대야 속에 사람들은 창문을 닫고 에어컨에 의지한 채 여름을 견딘다. 마치 '에어컨 숲'이라도 들어선 듯, 모두가 인공의 시원함 속에 갇혀버린 듯하다.


하지만, 이 지독한 더위 속에서도 자연은 쉼 없이 순환하고 있다. 뙤약볕 아래에서도 제철 채소와 과일은 여물어가고, 농부의 손길을 거쳐 우리의 식탁 위에 오른다. 수박 한 조각, 참외 한 입, 얼음 동동 띄운 오이냉국 한 그릇은 이 여름이 허락한 선물이다. 더위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쩌면 이 자연의 순리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걱정은 앞선다. 소서가 이렇다면, 대서는 얼마나 더울까? 해는 점점 더 높이 떠오르고, 그 아래의 우리는 여전히 무더위 속에서 방향을 찾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무리 더워도 계절은 흐르고,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다시 새로운 바람을 만나게 되리라는 것. 더위는 지나가고, 다시금 들녘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날이 오리라는 믿음이, 오늘의 더위를 견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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