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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 May 08. 2016

자취인에 대한 모독




결혼 전 불편했던 만남의 기억 


재력 빵빵한 집안의 자제들이 다 그렇진 않지만

그 사람은 안하무인의 대명사와도 같았다


마카롱을 위시한 유럽풍 디저트 명소들을

 두루 섭렵하고 다니면서

유독 달달한 프랑스 제과 없이는

 못산다고 했던 당 중독자-


당시 자취 생활을 하면서

좋아하는 과일만큼은

 꼭 챙겨먹는다는 내 말에



"자취한다면서요? 그런데 과일을 사다먹어요?

그건 좀 사치 아닌가...?"


"......"


그렇게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오는 경험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평생을 부모님 돈 덕에 편히 살아온 본인은

값비싼 디저트며 외식에

 돈 펑펑 써도 되는 사람-


타지에서 원룸 자취를 하면서

매일 사과를 챙겨먹는다는 이유로

나는 순식간에 몰상식한 사치녀로 전락-


"저기요. 전 외식 안하고 커피랑 과자 안사먹고

제철의 저렴한 과일 1~2가지 챙겨먹는 거거든요?

자취하면 매일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 대충 떼우고

만성적으로 비타민, 미네랄 결핍에 시달리는게 당연한 일인 건가요?


이렇게 바로 쏘아붙일 수도 있지만

수준 떨어지는 싸움은 하는게 아니란 생각에

대충 얼버무리고 속 없는 사람처럼 웃으며 넘어갔었다

두 번 다시 볼 일도 없고 -


아침에 아삭아삭한 사과 베어무는게

일상의 큰 즐거움인데

사과를 볼 때 가끔 그 진상남이 연상된다는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도 사과를 먹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런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

남자를 비난할게 아니라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인가?


이젠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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