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근시인데다
지독한 근시안
애초에 장기 레이스에 부적합한 유형이라
단정짓고 살아왔는데,
기실 그것은
스스로 행한 훈련의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평정을 찾아
내 감정의 흐름을 쫓으며
큰 그림을 그려나간다는게
그저 팔자좋은 소리라고 치부하며 살아온 것이
크나큰 잘못
전력질주 이후에는
극심한 체력소모로 허덕이기 마련이지만
그 상황을 또 모면하려고
끊임없이 눈 앞의 단기 목표를 설정해
달리기를 멈추지않는
병적인 모습이란...
정작 꿈에 그리던 자유가 찾아왔을 때
난 이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전락해있었다
세상만사에 아무런 관심도 의욕도 사라져버려
잉여롭게 숨만 쉬며 살아가는 시절이
내게 도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애써 정신 수습하고 살고 있지만
느린 호흡,
멀리 내다보기는
아직도 최대 고민이자 숙적
마음대로 안되더라도
하기 싫더라도
다시 장거리 주자로서의 훈련을
시작해야하는데
쉽지 않다
계속해서 세뇌시키고 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