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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pine Dec 13. 2020

하늘을 나는 락스타. 엘튼 존

영화 <로켓맨>




이 글엔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두 명의 락스타를 다뤘다는 점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와 <로켓맨>은 비교될 수밖에 없다. 또한 두 영화의 서사 구조가 락스타의 성공과 좌절, 그 이면에 담긴 인간의 고독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도 유사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엘튼 존의 인생이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과 다르듯 이 영화도 <보헤미안 랩소디>와는 큰 차이를 보이며 관객들에게 또 다른 영화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라이브 무대가 중간중간 삽입된 음악 영화였던 반면 로켓맨은 영화적 상상력을 극대화한 뮤지컬 영화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에서는 귀에 익은 퀸의 노래에 흥을 돋우고 발을 구르면서 영화를 봤다면, <로켓맨>에서는 뮤지컬 장면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 (때문에 보헤미안 랩소디에서처럼 콘서트를 즐기듯이 영화를 보길 기대한 관객들은 실망할 수 있다) 모든 뮤지컬 영화가 그러하듯, 이 영화 또한 뮤지컬씬에 인물의 심리가 강하게 드러난다. 그 덕분에 스크린 안에 있는 인물들에 몰입하고 감정선을 공유 받는데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우주를 배경으로 왈츠를 추는 세바스찬과 미아의 사랑을 바라고 장발장과 코제트의 내일을 응원했던 우리들은, 이제 엘튼 존의 외로움과 슬픔에 동화된다.



LA 클럽에서 데뷔한 엘튼은 곧바로 큰 성공을 맞이한다. 버니와 함께 하늘을 보며 꿈꿨던 성공은 그의 꿈보다 더 크게 다가와, 그를 하늘 넘어 외로움과 공허함만이 가득한 우주공간에 데려다 놓는다. 이제 그는 지구로 돌아오지 못하고, 땅에 발 한 번 딛지 못한 채 허공을 허우적거리며 살아가게 된다. 이런 그의 상황이 몇몇 장면에서 극명하게 묘사된다. 피아노를 치다 갑자기 공중부양을 하고, 공연 중 스스로 로켓이 되어 발사되기도 한다.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마룻바닥을 닦는 엘튼이 등장하며 그가 다시 두 발을 땅에 딛고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내비치기도 한다. 실제 로켓맨의 가사에서도 이런 영화의 맥락을 찾아볼 수 있다.

“I miss the Earth so much, I miss my wife / It’s lonely out in space.”

(난 지구가 너무나 그리워 내 아내가 그리워 / 우주에 있는 건 외로워)


하늘을 나는 엘튼, 그는 이제 공허함이 가득한 우주로 날아간다.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이자 또한, 성장 영화이다. 한 번도 따뜻한 포옹을 해준 적 없는 아버지, 지극히 냉정하기만 한 어머니, 동성애자라는 그의 성 정체성, 믿었던 연인과의 불화 등 그를 괴롭히는 주위 모든 것들로 인해 엘튼은 상처받고 침잠한다. 사실 술과 마약을 가까이하고 방황하는 모습들에서 보헤미안 랩소디가 오버랩되며 진부하게도 다가올 수 있지만, 우리의 에그시, 태런 에저튼의 연기로 그 진부함을 가볍게 극복해낸다. 특히나 영화의 마지막 엘튼을 둘러싼 인물들과 한 명 한 명 대화를 나누고, 어린 엘튼을 안아주는 장면은 이 영화를 단순한 뮤지컬 영화를 넘어 위로와 용서를 담은 성장영화로 변모시킨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하이라이트가 웸블리 스타디움의 공연 장면이었다면, 로켓맨의 하이라이트는 LA 다저스 스타디움 공연 장면이 아닌 이 포옹씬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뛰어난 이유의 7할 이상은 태런 에저튼의 몫이다. 킹스맨에서 로켓맨으로 변신한 태런 에저튼은 연기는 물론 외모까지 변신하며 사람을 놀랜다. 일부 관객들은 변해버린 태런 에저튼의 외모를 보고 매우 실망할 수 있지만, 그의 변신에 자동으로 박수를 보내게 된다. 여기에 모든 노래를 직접 불렀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보헤미안 랩소디가 줬던 ‘흥’을 기대한다면 이 영화를 보지 말길 바란다. 하지만 태런 에저튼의 연기 변신, 그가 그려내는 엘튼 존의 감정과 심리를 따라가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꼭 관람하길 바란다.




<로켓맨(Rocketma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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