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엄마가 밥 해주잖아, 주말에는 조금 쉬고 싶어서 그런데 한끼만 봄이가 만들어 줄 수 있어?"
"내가? 혼자?"
"그리고 다 만들고 설거지까지 해야 해. 힘들 때는 가끔 엄마가 도와줄께"
"그래! 밥 해줄께, 할 수 있어!"
흔쾌히 식사 준비를 허락하고는 더 신이난 봄이는 계속 메뉴를 고민했다.
뭐가 먹고 싶냐고, 냉장고에 뭐가 있냐고, 마트에 같이 가서 만들거를 고민해 보겠다고.
봄이는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끼니만 떼우면 되는 아이. 그것도 엄마가 먹으라고 하니 그냥 먹는 정도.
나는 아이가 직접 요리를 하면서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요리를 했을때 같이 먹어주는 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행복한 기분, 먹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사실 그 중에서도 요리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서 맛있게 음식을 잘 먹고 앞으로 더 건강하게 컸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처음 시작한 요리는 스팸어묵 덮밥.
집에 뭐가 있는지 부터 내게 물었다.
그런데 마침 나는 냉파 중이어서 장본게 없어서 마땅한 재료가 없었다.
스팸 통조림이 있었고 계란 몇 개가 아이에게 얘기해 줄 수 있는 재료였다.
"어떡하지? 뭘 만들 수 있을까? 너무 어려우면 그냥 오늘은 시리얼을 줘도 돼! 봄이가 엄마를 위해 준비해 주는 거면 엄마는 뭐든 맛있게 먹을 수 있어! 반찬들 꺼내서 밥을 해 줘도 좋아."
아이는 골똘이 생각하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
"음... 스팸이 있단 말이지."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다행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재료가 있다는 말에 아이는 희망을 보았다.
스팸을 꺼내 먼저 작은 과도로 썰기 시작했다.
분주한 손놀림을 하며 아이가 내게 물었다.
"엄마, 어묵도 있어?"
"어묵? 왜?"
다행이 냉동실 한켠에 서리가 조금 낀 어묵이 있었다.
"줘봐, 내가 다 생각이 있어."
아이는 어묵도 꺼내 그림을 그리듯 정성스럽게 잘랐다.
그리고 후라이팬에 스팸과 함께 볶았다.
나는 곁에서 충실한 조수가 되어 계속 지켜봤다.
아이는 능숙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큰 젓가락을 빠르게 휘젓거렸다.
그러다 아까운 스팸 덩어리가 후라이팬에서 튕겨져 나가기도 했다.
'에이'
하지만 아이의 눈은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흘린 스팸은 자기 입으로 가져갔다.
마치 내가 늘 음식하다 흘린건 바로 주워먹던 걸 오래도록 보고 배웠다는 듯이.
그렇게 4주, 봄이는 네 번째 요리를 해주고 있다.
주말이 기다려지고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모습에 아이는 자기 효능감이 높아지고 자신이 마치 어른이 된 것 처럼 좋아한다.
‘나도 남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게 있다는 사실’을 느낄때 사람은 자존감이 생기는 것 같다.
엄마에게 요리를 해 주는 10살 딸아이의 진짜 귀여움은 설거지다.
생전 처음 시켜보는 설거지.
커다란 고무장갑 때문에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은 손으로 그릇들을 능숙한척 헐렁헐렁 움직이는 손놀림이 너무 웃겼다.
자신의 수고를 엄마가 알아주길 바라는 봄이를 위해 나는 옆에 서서 수다를 떨며 지켜봐주고 있었다.
그런데 수세미에 세제 묻혀 그릇 하나 씼고 그 그릇 헹구고 이어서 수세미도 빨았다.
그리고는 빤 수세미에 다시 세제를 묻혀 다음 그릇씻고 헹구고, 수세미도 또 빨았다! ㅋㅋㅋㅋ
상상도 못한 전개였다!
"봄아... 수세미는 한번 세재 묻히면 그릇들 다 닦을 때까지 쓰는 거야!
너 엄마 한숨쉬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
"그래?"
봄이는 처음 알았다는 듯이 놀란 눈을 하고는 다시 설거지를 이어갔다.
"근데 너 너무 귀여워서 엄마 엄청 웃었어! 그리고 봄이가 엄마한테 처음으로 만들어준 스팸어묵덮밥, 정말 최고였어! 평생 못잊을 거야!"
"다음주에 또 해줄께!"
나의 웃는 얼굴에 아이도 따라 웃었다.
마치 그림동화처럼 행복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