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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소 Jan 31. 2023

이 글은 다시 열어보지 않기 위해 쓰는 글

불쌍한 우리 엄마

2019년 10월

그림 같았던 시월의 가을하늘로 아버지를 떠나보낸 지도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년간 집 밖을 나가지 않으셨던 엄마..

남편 잃은 여자가 아무 일 없다는 듯 밖을 돌아다니는 게 썩 내키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엄마.. 강산이 바뀌어도 몇 번이 바뀌었는데..요즘 그런 게 어딨어" 그렇게 위로했지만 당신 맘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아무리 자식이라도 엄마맘을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니 마음 내키시는 대로 하시라고 그 대신 우리가 자주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아버지가 완전히 잊힌 건 아니지만 우리도.. 엄마도.. 일상으로 조금씩 돌아가고 있었다


2022년 12월..

평소에도 방광염이 잦으셨던 엄마는 여느 때와 같이 동네 내과를 찾았다

예전 같으면 약 처방받고 일주일 정도면 일상으로 돌아올 시간이 지낫지만 엄마의 고통은 잦아들지 않았고 소변검사에서 혈뇨가 보인다는 의사소견에 따라 다른 병원 비뇨의학과를 방문하고 같은 소견으로 큰 병원을 가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급하게 세브란스병원 예약을 하고 처음엔 신장내과를 예약하였지만 협진할 수도 있다는 선생님 말씀에 따라 비뇨의학과도 따로 예약해 둔 상태였다


2023년 1월

비뇨의학과에서 초음파 검사결과 콩팥과 방광사이에 작은 종양이 있어 그걸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3박 4일간의 입원 중 종양 제거 수술과 함께 조직검사 ct촬영  mri 검사는 추가로 이어졌다

경요도적 방광 종양제거 수술은 잘 되었지만 집에 오셔서도 소변줄을 차고 있어 2주간은 힘들어하셨다

광이 일을 하지 않고 휴식을 주기 위해 방광에 풍선을 넣어 팽창해 있었기에 항상 소변이 나올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을 유지한 체 2주를 보내야만 했다


2023년 1월 20일

모든 검사를 마치고 이날 소변줄도 빼고 그동안 해온 검사결과를 종합해 듣는 날이었다

달님에게도 빌고 아버지에게도빌었다

제발 암은 아니길 바랐었다

안 좋은 예감은 비껴가는 법이 없나보다

엄마 역시 방광암 판정을 받고 말았다

모두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담담한척했지만..

나오는 한숨을 숨기긴 어려워 보였다


"엄마.. 어쩔 수 없어.. 그냥 병 하나 앉고 가는 거야

그렇게 그냥.. 병원 다니면서 관리하면서 사는 거야.. 지금과 별다를 거 없어.. 시간이 흐르면 적응될 거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맘 편히 갖자"


엄마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은 당사자의 심정을 100%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나를 괴롭힌다


2월 10일부터 집중치료가 시작된다

준비 안된 엄마의 몸상태가 걱정된다


지금 엄마의 가장 문제점은 상실감이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어난건지..

이제 좀 정신 차리고 살만했는데..

암.. 치료.. 생존.. 결국엔 죽음이잖아...


마지막 엄마의 말이 내 가슴을 짓눌렀다


결국 마지막엔 죽잖아...


3년간의 아버지의 암투병을 고스란히 옆에서 지켜본 엄마는 누구보다 암에 대한 공포가 컸을 것이다


나도 결국 저렇게 되겠구나


어떤 위로도 지금은 현실성 있게 들리질 않을 것이다


불쌍한 우리 엄마!


이제 좀 살만한데.. 어쩌면 좋을지...


5년 생존율이 78%라니 그 통계를 믿고싶다


5년 후... 10년 후... 먼 시간이 흐른 후 오늘 기록한 이 글을 꺼내보고 싶다


눈물 지으며 이 글을 다시 펼쳐보는 날은 엄마가 아빠를 만나러간 후가 될 것이다


오랜 후...


아주 오랜 후..


잊고 있던 오늘의 글을 펼쳐보는 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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