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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지 Jan 16. 2024

평강 공주가 바보 온달과 결혼한 이유

남자의 바람을 거스르게 하는 유일한 묘약

지난 주말, 짝꿍과 또 한 번의 폭풍같이 감정을 휩쓸고 지난 간 논쟁이 있었다. 짝꿍의 프라이버시가 있어 자세히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그 논쟁의 근본적인 이유는 자기 조차 용서할 수 없었던 과거의 부족한 모습을 나한테 들킨 데서 온 수치심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그에게, 이미 지난 과거에 대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나한테 인정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 그래도 난, 너가 못난 모습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라 좋다고 그랬다. 나는 원래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보다, 자기가 못났고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왜냐면 내가 잘난 맛에 사는 여자라서).


그 불꽃 튀기는 전쟁 같던 대화를 찬찬히 생각해 보니, 내가 왜 이 사람과 결혼을 했고 또 어떤 마음으로 결혼생활을 해왔는지 생각하게 됐다. 7년 전, 내가 짝꿍과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한다고 했을 때, 그 누구도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다. 홀어머니 모시고 사는 가난한 온달과 평강공주 같은, 그런 결혼이었으니까.


 평강공주는 왜 바보 온달과 결혼했을까.

그 옛이야기가 가물가물 하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 평강공주는 여자의 몸으로 그 시대에 태어나, 그 당시에 할 수 있는 가장 똑똑한 선택을 한 지혜로운 여자였다. 만약 그때 온달이랑 결혼 안 하고 이웃 나라 왕자랑 결혼했다면, 트로피 와이프 정도로 살면서 대를 이어야 한다는 압박감과 더불어 남편의 여러 첩들의 수용하면서 자기 의견은 입 뻥끗하지 못하고, 독박 육아에 지루한 인생을 살았을 게 뻔하니까 말이다. 그나마 바보 온달 같은 사람이랑 결혼했으니 그 시대에 주체적으로 남편을 가르치고, 남편의 극진한 대우받으며 행복하게 살면서 역사에도 기록이 된 것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바보 온달처럼 조건이 안 좋은 남자랑 결혼을 해야 하나?

일단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해야 하는 게 있다. 자기는 성향이 남자를 존경해야 하는 여자인가(남자를 떠받들고 살아도 괜찮음). 아니면, 남자의 존경을 받아야 하는 여자인가 (남자의 떠받들여 짐을 받으며 살아야 함). 이 두 가지를 함께 충족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미안하지만 현실은 그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없음을 인정할 때 파트너에 대한 올바른 기대와 그에 따른 행복감을 느끼며 살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남자도 존경할 만큼 멋진 사람임과 동시에 남자의 존경과 인정, 대우도 받는 것 같아 보이는 여자들도 진짜 속내를 들여다보면, 똑똑하고 현명한 여자가 남자를 잘 가이드해서 누가 봐도 성공한, 존경할 만한 사람으로 만든 경우이다. 유명한 일화로 힐러리 클린턴이 한 주유소를 들렸는데 거기서 일하는 전 남자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옆에 있던 클린턴 대통령이 그 남자랑 결혼했으면 주유소 사모님이 되었겠다고 비아냥 거리니까 바로, 아니, 저 남자가 미국 대통령이 되어있겠지 받아치는 소름 끼치는 일화도 생각나고 (솔직히 저런 발언을 하는 남자였으니, 힐러리를 두고 바람을 피운 거라 생각함. 만약 정말로 힐러리가 그 주유소 일하는 전 남친이랑 결혼해서 그 사람을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면, 극진히 대우받고 살았을 가능성이 훨씬 높았을 것이다.), 최근에 접한 현실판으로는 유튜버 빅씨스 언니의 예였는데 (사실 나는 이 분 운동 영상 처음 보자마자, 끝장나게 좋은 몸매 만드는 법 보다도 저런 초호화 뉴욕 집을 어떻게 구매하셨는지가 너무 궁금했음), 남편과 잘 나가던 한국의 삶을 다 내려놓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반지하 같은 데서 살면서 남편을 연봉 10억 이상 받는 남자로 만들었고 (특히 회사 사장이 신용카드 주면서 보낸 하와이 여행에서 어떻게 행동하도록 만들었는지 보면 진짜 멋있음 에피소드 영상 참고), 남편이 모은 돈으로 미국 부동산을 투자해서 집안의 자산을 폭발적으로 늘린 케이스이다.

내 생각엔 남자의 바람피우고 싶은 본능을 거스를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묘약은, 여자의 치명적인 매력이 아니라 그 남자가 밑바닥에 떨어져 빤스 바람으로 칼바람 부는 데서 오들오들 떨고 있을 때 그 수모의 시기를 함께 견디거나, 구원해 주는 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예인 예를 들기 조심스럽만, 혹시 떠오는 부부가 있다면 그 부부가 맞음) 그런데, 혹시나 여기서 고시 준비하는 남자친구를 뒷바라지했다가 합격하고 나니 버려지는 여자의 예를 생각했다면, 한참 다른 것이다. 그 예시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게, 미래를 위해 공부하는 남자의 최고의 뒷바라지는 데이트 비용 내가 내고 도시락 싸주고 이런 게 아니고, 내가 그 남자의 사회적 위치에 상응하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자가 되는 것이다. 일례로 플라톤의 철인정치가 실현되고 있는 (나라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토론을 통해 나라를 꾸려가는 곳) 싱가폴의 초대 총리인 리콴유는 (31년 동안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현재의 싱가폴을 만드신 분) 정말 눈 감는 순간까지도 먼저 간 아내를 볼 생각에 기쁘다고 하면서 눈을 감으신 희대의 로맨티시스트였는데, 전 국민이 존경하는 그 영부인은 리콴유 수상이 옥스퍼드 학생 시절 같이 공부하던 클래스 메이트였고 항상 1등을 놓치지 않는 여성이었다고 전해지며, 지나서 보면 부인의 의견이 맞았었다고 인정하는 사람이었다.


여자가 남자의 존경을 받을 정도의 내공/깜냥/그릇이 있을 때, 앞으로 남자가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의미가 그 여자가 되기 때문이고, 그 정도는 되어야 남자의 바람피우고 싶은 본능을 거스를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왜냐면, 바람을 피우고 싶은 욕망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본능이기 때문에 이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할 때 그에 따른 올바른 관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거는 전한길 쌤 영상 에도 나오고, 바람피우는 걸 윤리적, 사회적 잣대 되면서 그럴 수 있냐 하는 것은 매우 순진한 발상임을 유식하고 논리적으로 적어 놓은 것을 보고 싶다면 유발 하라리의 사피언스 책 참고하시길)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인 척 하지만 사실은 지극히 감성적인 존재이며 (자기감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성을 도구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임), 그럼에도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믿고 싶은 더 뼈아픈 진실은 세 가지 정도인데, 하나는 자기가 그런 욕망이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거나 (현빈처럼 잘생긴 남자가 유부녀여도 좋으니 만나만 달라고 고백하는 경우를 겪어보면 깨달을 수 있음), 자기의 욕망이 수치스러워서 인정할 수 없다거나 (그런 욕망이 있는 자기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음), 남자의 바람으로 인해 버림받을 경우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경우이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면서 불쾌감이 든다면, 그 이유도 저 세 가지 경우 일 텐데, 굳이 이렇게 까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의 진짜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볼 때,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구차한 변명이나 흔들림 없이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관적인 내 생각으로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싶다면,


1. 나보다 잘난 남자 만날 생각 말고, 내가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가치 있고, 존경받을 만한 멋진 여자가 되자. 만약 그래도 반드시 원하는 조건의 남자(의사)를 만나고 싶다면, 그보다 더 잘난 여자(더 돈 잘 버는 의사 혹은 병원 차려줄 수 있는 재력가)가 되자. (최근에 본 솔로지옥 시즌3에서 혜선님이 남자가 자기를 두고 다른 여자와 재는 듯이 행동할 때 난 그보다 가치 있는 여자라는 멘트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자존감은 일단 나 스스로 뭐가 있어야 나올 수 있는 거다. 영상 참고)

2.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가치 있게 여겨주며, 떠받들여 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자. (상대방을 떠받들여 줄줄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는 예 : 새우를 먹을 때 항상 껍질을 다 깨끗하게 손질해서 내 접시에 놔주는 사람인가. 자기가 받는 것에 대해서 고마움을 표할 줄 아는 사람인가 (거지근성 없음). 자기는 다 떨어진 운동화 신고 다녀도 돈 열심히 모아서 자기 여자한테는 명품 구두를 선물할 수 있는 남자인가.)

3. 그렇다면 그 남자랑 살면서 아무리 병신 같은 짓을 해도, 그저 존재 자체로 귀엽고 사랑스럽게 봐줄 수 있는 사람인지 생각해 보자. (이게 되어야 참을성 있게 오랜 기간을 두고 그 사람의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가 있음)

4. 그럼에도 내가 가진 것보다 잘난 남자를 만나고 싶다면, 그 사람한테 떠받들여 살 기대까지는 하지 말자. (새우 정도가 아니라 크랩 껍질 잘 발라서 남편 접시에 예쁘게 잘 둬야 할지도..)

5. 1-4번이 다 어렵다 생각된다면, 그냥 혼자 사는 게 훨씬 행복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지혜롭고 멋진 여자가 되는 과정도 너무 힘들고, 또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는 남자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솔직히 나는 그랬었고, 그래서 결혼을 할 생각이 정말이지 전혀 없었다. (순전히 우연히 만난 내 짝꿍이,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 말을 귀신같이 알아들었던 유일한 남자였기 때문에 했음) 하지만, 나처럼 대쪽 같은 신념을 가진 여자들은 극소수일 일 것으로 생각이 되어, 만약에 저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았으나 이미 결혼을 했다면.. 남자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다. 그 남자의 어떤 행동들도, 신이 인간을 바라보는 인자로운 눈으로, 귀엽게 봐주어야 한다.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운다라고 생각하면서 좋은데, 예를 들면 그냥 화장실에서 똥만 싸도, 박수 치면서 잘했다고 예뻐해 주면 된다. 근데 이것도 이렇게 할 수 있는 여자이려면, 스스로 내면이 건강하고 사랑이 넘치며,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는 큰 그릇의 사람이라서 실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처방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시금 생각하는 바이지만, 세상엔 정말이지 쉬운 일은 없는데 그중에서도 최고봉은 결혼 생활이다. 안 그래도 태어날 때부터 내가 원하는 부모나 가정을 택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고통도 어마어마한데, 그래도 결혼과 배우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 아닌가. 나 스스로가 어느 정도 완성되고 안정된 사람이 아니라면 가능하면 서로를 위해 안 하는 게 좋고, 이왕 했다면 끊임없는 자기 수양이라고 생각하고 정진하자.


이 글이 지난번에 썼던 글 중, 남자가 자기 꿀만 먹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길 바란다. 그런 경우 그저 내가 그 남자를 내 안에 품을 만큼의 그릇이 안 되는 경우 이거나, 내가 남자를 보는 안목이 딱 그 정도 였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럼에도 내가 스스로 생각했을 때 정말 괜찮은 여자라면, 그런 똥차 같은 남자는 그냥 가게 놔두고, 이정재 같이 멋진 남자랑 멋지게 연애하면서 살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노소영 관장님이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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