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서 갑과 을은 없다
프로이직러인 나는 수차례 면접을 다녔으면서도 면접만 다녀오면 기분이 매우 별로다. 말을 잘해도, 말을 못 해도 별로인데, 솔직한 성격의 특성상 거짓말을 했다는 점, 나를 위한 말이 아니라 회사에 사탕발림 하기 위한 말들을 쉴 새 없이 내뱉고 온 그 시간이 참 아깝다. 평가를 잘 받기 위해 고개 숙인 내가 슬프다. 내가 나임을 표현하지 못하고 움츠러들고 죄지은 사람 마냥 의기소침했던 그 한 시간이 하루 종일 나의 꼬리를 잡고 쫓아다닌다. 참 허무하다.
가장 짜증 나는 건 이력서의 이력을 가지고 비꼬는 질문을 하는 건데, 역시나 내가 제일 자주 받는 질문은 잦은 이직에 대한 거고, 수차례 질문을 받은 만큼 철저히 준비한 내 답변을 들어도 어차피 답정너라 거기에만 계속 꽂혀있다. 나 참... 그럼 서류에서 떨어뜨렸어야지. 그게 그렇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왜 나의 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이 자리까지 오게 만들었는가.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지만'으로 조건을 달지 마라. 상대방이 기분이 나쁠 것 같으면 하지 않는 게 맞는 거고, 꼭 해야 한다면 예의 있게 해야 하는 거다. 마음에 안 들면 제발 사전에 차단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압박면접이라고 말한다면, 정말 압박면접 다운 질문을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린다. 인신공격을 하는 여러분들은 얼마나 멋진 인생을 살았길래 지금 그 자리에 앉아있는가. 얼마나 많은 면접자들이 그 자리를 부러워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착각하지 마라. 회사라는 가운을 벗으면 다 똑같은 사람이다. 세상에 갑만 하면서 사는 사람도, 을만 하면서 사는 사람도 없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무리 바빠도 그 잘난 타이틀의 가치를 무례함으로 깎아내리지 말아라.
앞으로 회사라는 조직은 지금 만한 힘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개인의 능력, 개인의 영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일부 영역에서는 이미 개인의 파워가 조직을 초월했다. 그리고, 사회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회사한테는 더욱 다양한 개인과 세대를 포용해야 하는 또 다른 과업이 주어졌다. 월급쟁이로서 좀 더 각기 다른 개인이 각자의 장점을 발휘하며 당당해지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조금씩 사라지는 나, 저 질문이 나를 바라봐.
모든 말 그 날의 모든 말.
어느 누구도 듣지 않았음 했던 말.
- 곡명: 인터뷰 by 선우정아
오늘은 선우정아님의 노래 '인터뷰'를 꼭 들어야 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