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투스

자본보단 문화자본

by 김승우

"아비투스"
타인과 나를 구별 짓는 취향, 습관, 아우라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제 2의 본성
계층 및 사회적 지위의 결과이자 표현
- <아비투스> 도리스 메르틴



SNS에서는 자랑이 난무한다. 다들 플렉스(Flex; 돈을 쓰며 과시하다, 지르다, 한경 경제용어사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초고가 집, 차, 가방, 차는 블링블링하다. 보는 사람을 부럽게도, 박탈감에 빠지게도 한다. 근데 정작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돈은 갑자기 많아질 수 있지만 이것이 쌓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건 바로 일찍 경험할수록 '여유'가 생기는 문화자본이다.

문화자본은 프랑스 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처음 제시한 용어로, 그는 '풍족한 문화자본 소비자와 그렇지 못한 소비자들 간에 계급 격차가 발생해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했다(네이버 지식백과). 다양한 연구들에서 문화자본이 사회적인 지위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문화자본의 정도는 계급이 향유하는 경험장(habitus; 그 계급이 속한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행위로 다른 계급과 차별화시키는 행위 영역)으로 표현된다고 한다. 이 단어를 보고 있자니 영화 인타임(2011)에서 주인공 윌 살라스(저스틴 팀브레이크)는 빈민가촌을 탈출하여 상류층이 모여있는 도시로 향했으나 여간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 떠올랐다. 부유한 사람들은 그가 졸부인 것을 한눈에 알아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한 학교의 연구 결과 부모의 문화자본이 자녀의 계급을 결정하며 청소년의 공감 능력과 학교 적응에도 문화적 자본이 효과적이었다. 상위성적 그룹에 속하는 아이들은 공연과 영화를 가장 많이 관람하며(연 12회 이상), 독서량과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가는 책의 권수도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부분 예체능 활동을 병행하고 있었다. 반면, 평균 학습량은 일주일에 3~4시간에 불과했다고 한다. 사회학 보고서인 <계급의아이들; Enfances de Classe)>에 따르면, 같은 중산층의 가정이라도 그 가정의 부모가 지닌 문화자본의 크기에 따라 아이들이 누릴수 있는 '삶의 궤적'이 달라진다. '탄탄한 문화자본을 가진 부모는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일상생활과 연결해 어떤 구체적 의미를 갖는지를 설명해 줄 언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신 점수, 수능 점수, 봉사활동 시간, 수상실적, 다니는 학원 개수 등 숫자로만 표현되는 한국 학생들의 고통스러운 점수들이 떠올라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문화자본은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후천적으로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돈으로 채울 수 없는 교양이나 취미는 일찍부터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며 평소 쌓아두지 않는다면 나중에 부유해지더라도 돈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다양한 세계를 보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열심히 배우자.


돈이 없어도 가능한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재테크 방법은, 나에게 투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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