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껍데기
그 날을 잊지 못한다는 것은 강박관념에 가까웠다.
내가 서 있는 이 곳을 서서히 점령해서 지워내 가며 마른 종이 위에 떨어진 검은 물이 퍼져 나가듯,
그 날의 습기,
그 날의 냄새,
그 날의 표정들이 물로 그려져 나간다.
잊혀지지 않는 네 눈속에 들어있는 내 표정은 한껏 구겨지고 하얗게 질려 있다.
아, 알고 있다. 내 잘못이라는 것을.
아, 더이상 돌이킬 수 없음을.
아. 말 할 수 없음을.
더 이상 토해낼 것도 없이 주저 앉아버린다.
바닥이 차갑다.
앉아 있는 엉덩이에, 찬기운이 닿는다.
나의 울음 소리를 듣고 싶어했던 유일한 사람.
천천히 안개가 걷히듯 굴러 떨어진 휴지며, 지갑이며, 흩트러진 가방과 소리내어 우는 세면대의 수도꼭지.
언제부터인가 소리낼수 없는 울음을 토해내며 어둠 속에서 웅크렸나.
너를 기억하는 게 언제부터 울음에 가까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