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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예영하는 오드리 Oct 06. 2022

예술 에세이1

<리우 예, Crying over Mondrian, 2000>

여기 한 귀여운 소녀가 어두운 전시회장에 홀로 남아 있다. 그녀는 성냥을 켜며 무언가에 감동과 황홀함에 빠져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성냥팔이 소녀가 자신의 마지막 남은 성냥개비를 태우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환상 속에 빠진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 소녀는 어둠 속에서 혼자 외로운 순간임에도 인생의 절대 절명의 소중한 선물이라도 받은 듯 감격해하며 지긋이 눈을 감고 있다. 그녀가 꿈에 그리던 대상은 바로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그림이다.     

이 소녀에게 몬드리안의 그림은 어떤 의미인걸까? 그림의 무엇이 그녀를 강렬한 감정의 도가니로 빠트린 걸까?   

  

<리우 예_Crying over Mondrian_2000>

아마도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하고 있던 소녀가 우연히 알게 된 몬드리안의 그림을 보고 큰 울림과 감동을 받아 그의 그림을 소유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막상 꿈같은 일이 벌어지자 주체할 수 없는 감동에 사로잡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통해 예술을 진정 사랑하는 향유자의 순수한 열정이 저절로 느껴진다.     

혹은 화가가 자신의 속마음을 소녀에게 투영하여 자신이 너무도 존경하고 좋아한 몬드리안의 추상 그림을 보여주려고 한 건 아닐까? 이 소녀의 생동감 넘치는 눈물을 보고 있노라면 몬드리안의 그림을 너무나 좋아하는 화가의 얼굴을 보는 듯하다.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그림이라 자꾸 보게 되고 이 소녀나 화가의 예술을 대하는 경외감을 읽을 수 있어 이 작품의 잔상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몬드리안은 차가운 추상화가라고 불리며 수평과 수직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으면서 직선들을 교차해서 생기는 면에 빨강,노랑, 파랑으로 세상을 표현한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아마도 불필요한 것들은 사라지고 오로지 본질만 남게 되는 세계다.  

   

현대인들의 세상과 삶은 사람들과 사물들은 거미줄처럼 긴밀하고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복잡한 것을 단순한 선과 면으로 치환하려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이런 추상 세계는 처음에는 우리를 낯설게 한다. 하지만 볼수록 우리의 마음을 정리정돈하게 하고, 세상을 자정하게 하는 능력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예술가에게 검열이 심한 중국에서 젊은 화가로 살아가는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고, 단순한 세상을 꿈꾸며 몬드리안의 그림을 소환해낸것은 아닐까 억측같은 추리를 해보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 소녀처럼 이토록 황홀해 본 적이 있던가? 아마도 우리가 바쁜 현실 속에서 무뎌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보니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잊고 지낸 건 아닌가 반성을 해본다. 오늘부터 내 삶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황홀한 순간을 자주 발견하고 기억해봐야겠다. 다음에는 마지막 남은 성냥을 켜며 그토록 원했던 것을 소개하게 되길 바래본다.


#리우예#CryingoverMondian#감격#감동의눈물#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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