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
존재를 기억해달라는 의지
이 책은 상당히 단순하게 읽게 되었다. 친구의 말을 따르면 표지 디자인이 독특하고 예뻐서 읽게 되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어서 읽으라고 재촉했다. 읽고 나서 자신과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어떤 책을 분석하고 비평하는 것에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친구에게 양해의 말을 구했다.
'내가 그렇게 도움이 될까?'
책을 읽고 나서 친구가 왜 이 책을 읽고 혼란을 느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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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상당히 철학적인 의미를 가진 것으로 나에게 느껴졌다. 스토리적 전개, 주인공의 가치관 그런 것들을 다 떠나서 '소재'가 가진 철학적 의미를 책 곳곳에 뿌려두었다. 그것도 다양한 인물들과의 만남, 그 인물들의 개인적인 이야기, 어떻게 보면 'L의 운동화' 복원이라는 큰 주제를 벗어나는 듯한 곁가지 이야기들이 모여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추상적이고 뭔가 알 것 같으면서도 알지 못하고 있는 감정을 많이 느꼈다. 내가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친구는 그러한 부분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큰 줄기의 이야기는 '존재'와 '기억'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작은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그러한 모든 이야기들을 완벽히 이해하기가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내가 느낀 키워드 두 개에 초점을 맞춰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보면 이렇게 다양한 구조로 색다른 작품들의 소환이나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쌓아 올려 작가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 책에 본질적인 매력일 수도 있겠다. 여기서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알게 모르게 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존재'와 '기억', 그리고 '복원'과 '의지'
'L의 운동화'라는 어떠한 실재인 '물체'에서 '존재'를 찾아내고 그 존재를 운동화에서 찾아낼 수 있는 이유는 어떠한 '기억' 속에서의 '정의'다. 이 운동화를 L이 신었었다는 기억. 그렇게 한 인물의 존재를 알려주는 전시물인 운동화는 주인공의 손에서 '복원'된다. 'L의 운동화'의 존재의 '의지'말이다. 그 복원의 과정은 상당히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우며 아름다운 일임을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그 어떤 존재를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 때는, 그것이 죽어갈 때가 아닐까. 희미해져 갈 때, 변질되어 갈 때, 파괴되어 갈 때, 소멸되어 갈 때. (33p)
L을 연장시켜 주는 물건이기도 하기에, L의 운동화를 복원해야 하는 걸까.
물건이라는 차원 위에 있는 물건이라서. (50p)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은 그 개인의 기록물이기도 하다는 걸 (81p)
28년 전, L의 발에 신겨 있던 운동화를 되살리는 동시에, 28년이라는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야 하는 것이다. 28년이라는 시간을 바꾸어 말하면 고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물을 복원할 때 고색을 살리는 것은 특히나 중요하다. 조형물에서 시각적으로 감지되는 세월의 흐름, 시간의 흔적이 고색이다. 인간이 고색을 선호하는 것은 영원성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중세의 것으로 보이기 하기 위해 황색의 바니시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영원성을 추구하는 것은 , 유한한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무한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심이. (101p)
지극히 사적인 의미와 가치가 저를 설득하거나 매혹할 때, 저는 복원하고 싶은 의지와 욕구를 느낍니다. (108p)
L의 운동화가, L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
L을 집어삼켜서는. (110p)
"저 운동화가 , 우리 아들이 신었던 운동화라고 하니까. 우리 아들의 운동화인가 보다 해요. 우리 아들의 운동화인가 보다. 나는 솔직히 저 운동화가 우리 아들이 신었던 운동화인지 잘 모르겠어요." (124p)
당신의 아들이 신었던 운동화인지 모르겠다던 그 솔직한 고백이. (136p)
L의 운동화는 싸우고 있었다. 살기 위해서. 살고 싶어 하는 '의지'가 L의 운동화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176p)
기억은 신발에서 시작된다. (22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