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해

아홉 번째 시

by 분홍색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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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해


잠을 자고 나면, 다음날이 올 것 같아서 이 밤이 아깝습니다

내일 오지 않았으면 하는 이 밤,

하루 더 나이 먹고 싶지 않은 이 밤,

이 밤이 오늘은 좀더 길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잠들지 못하는 밤입니다


결국에는 옵니다

내가 잠을 포기하였음에도,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희미하지만 멈추지 않는 새벽 해는 꿋꿋이 하늘로 솟습니다

스며들어오는 새벽 해의 빛들을 막아보기 위해 창틀을 손바닥으로 막고,

얇은 린넨 커튼을 끌어당기고, 가구 뒤 그림자에 숨고, 온갖 난리를 쳐봐도

들어오는 빛을 막기엔 내 팔다리가 짧아, 눈꺼풀을 질끈 감았습니다


결국에는 잠이 왔습니다.


그렇게 새벽 햇빛으로 시작하는 밤입니다

그렇게 하루 더 나이를 먹고,

그렇게 내일은 오고,

그렇게 다음날,


원치 않았던 하루가 또 시작하는 밤입니다.



P.S 본 매거진에 사용되는 사진들은 본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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