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시
내일 가야 할 곳이 평소와 다르다는 건
평소라면 눈 붙이고 깜깜한 밤이었을 시간에
문 밖을 나서면서,
가볍게 내리는 비를 우산 없이 맞으면서,
딱딱한 정장들 사이에 하늘거리는 원피스 한자락을 걸치고,
출근길 지하철에 오른다는 건,
가야 할 곳이 평소와 다르다는 뜻이야
어젯밤, 아니 새벽 4시,
해야 할 것들을 갈무리하여 서둘러 끝내는 마음에 부담감은 있어도
설렘이 공존했어.
천둥번개가 서울전역을 강타해서 이게 대체 어떤 날씨인지를 물어도
답이 없었어.
시간이 가까워지자 기적처럼 맑은 하늘을 보고 웃었지
내일 가야 할 곳이 평소와 다르다는 건
새로운 길을 걸을 준비를 했다는 것
지하철의 안내방송을 떠올려,
그래, 나는 내려야 할 곳에서 내리지 않았지
P.S 본 매거진에 사용되는 사진들은 본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