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서 옆으로: 나는 어떻게 절차로 빠져나왔나

자비는 변하고, 절차는 선을 그린다

by 핑크 바게트

통증은 하루아침이 아니었다.
트레이를 내릴 때 손목이 먼저 찌르르했고, 재료통을 옮길 때 허리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오늘만 버티자”가 사흘이 되고, 사흘이 한 달이 됐다.

나는 결국 휴무를 요청했다.

돌아온 대답은 짧았다.


“인력이 부족해서 어렵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동시에, 내 몸에도 사실이 있었다.


한 달이 더 지나, 나는 다시 요청했다.

이번에는 밴쿠버에서 보장된 유급 병가 5일을 명확히 언급했다.

돌아온 건 또 다른 진실 같은 변명.


“장례 때문에 이미 비웠잖아. 그걸 휴가로 처리했고… 의사 소견서가 있으면 검토하자.”


실망했다. 인간적인 장면을 보았던 그 사람이, 다시 비즈니스의 말로 돌아오는 순간.

그래도 이제 안다.

사람의 자비는 흐르고, 제도의 문장은 남는다.

나는 내 보호를 자비에만 기대지 않기로 했다.




병원 대기실의 의자는 차가웠다.

세 시간이 지나도 번호는 느리게 움직였다.
닥터 앞에서, 나는 한 문장으로 나를 설명할 수 없었다.

베이커이면서 바리스타였고, 때로는 재고·발주·교육까지.

닥터는 잠깐 고개를 끄덕이고 몇 가지 동작을 시켰다.

그리고 말했다.


“지금은 쉬어야 해요.”


짧고 명확한 문장. 그 한 줄이 내게는 도면이 되었다.

그는 사회복지사와의 상담도 제안했다.
나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상담실은 위로나 훈계의 장소가 아니었다. 그곳은 길 안내소였다.

무료 법률자문, 노동·이민 지원, 장기 병가와 EI(고용보험) 절차, 그리고 내가 몰랐던 보호 장치들.

나는 그 자리에서 첫 문장을 바꿨다.


“죄송하지만”이 아니라, “의료 권고에 따라 ○일부터 ○일까지 병가를 사용하겠습니다.”


가게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손을 내밀었다.
“의료 소견에 따른 병가 사용, 복귀 후 업무 조정(고하중 2인 처리/동선 변경/포지션 고정) 논의 요청.”

부탁이 아니라 합의 제안으로 적었다.

내 말은 물처럼 흘렀고, 닥터의 메모는 돌처럼 남았다.

그럼에도 답장은 더뎠고, 언어는 여전히 건조했다.


상관없었다.

내 쪽 절차는 이미 시작되었고, 나는 제도의 속도로 걸어가기로 했으니까.




나는 그때 알았다.
내가 빠져나오려 한 것은 일 자체가 아니라,

경계가 흐려진 관계였다는 것을.


자비가 사라지는 날마다 나는 작아졌고,

기록이 쌓이는 날마다 나는 돌아왔다.


“버티기”는 나를 제자리걸음 시켰고,

“설계하기”는 같은 자리를 옆으로 비키게 했다.


도망이 아니라, 출구의 각도를 바꾸는 일.


병가 양식의 빈칸을 채우면서도 죄책감이 한 번씩 올라왔다.
여전히 고마운 얼굴들,

내 빈자리를 대신 채워준 동료들,

장례식장에 와준 친구들.

나는 그 고마움을 이용해 내 권리를 줄이지 않기로 했다.

고마움은 빚이 아니고, 권리는 은혜로 바꾸는 대상이 아니다.

나는 그 둘을 동시에 품기로 했다—감사와 경계.


서랍에는 의사 메모 사본, 사회복지사 연락처, 무료 법률자문 기관의 이름이 가지런히 들어갔다.

그 위에 작은 노트를 올려두고, 오늘 날짜로 세 줄을 썼다.


통증 기록: 손목(우), 요추 압통. 고하중 동작 제한.

문장 기록: “의료 권고에 따라 병가 사용.”

합의 기록: 복귀 시 업무 조정 문서화 요청.


문장을 닫고 불을 끄려다, 나는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선택은 도망인가? 아니, 나는 자리를 무너뜨리지 않고, 규정과 절차로 옆으로 빠져나왔다.

나를 소모하지 않고 일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


오늘의 결론은 간단하다.

자비는 변하고, 절차는 선을 그린다.
그리고 그 선 위에서, 나는 다시 사람으로 선다.


지금 이 순간, 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포기해도 되는 건 무엇인가요?


혹시 지금도 아프지만 말없이 일하고 계신가요.
저도 오래 버텼고, 결국 절차를 선택해 옆으로 비켰습니다.
부탁 대신 기록과 합의, 죄책감 대신 권리 사용.
우리는 고마움을 잊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한 줄만 기록해 보세요. 그 한 줄이 당신을 꺼냅니다.
이전 08화조용한 복귀, 조용한 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