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예전엔 널 사랑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
라고 넌 내게 말했다
나는 최면에서 깨어나듯 깨었다
어떻게 해서 나는 사랑이 영원하리라 믿게 되었던가?
어떻게 네 맘이 영원하리라 믿었던가?
사랑을 믿었던 나의 모습이
종잇장 같은 환영처럼 그림자 되어 사라진다
영원하리라 여기며 땅속에 뿌리를 박았던 기억들도
그 무게감을 상실하며 공중으로 떠오른다
이제 시간 속에 퇴색하여 그 간곳을 알 수 없게 되겠지
우리가 정말로 사랑했을까?
사랑을 시작할 땐 분명 사랑이라 믿었는데
사랑이 끝나니 그것이 사랑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사랑할 때는 내가 나인 것이 문제가 되지 않더니
사랑이 떠날 때는 내가 나인 것이 문제가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