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배우는 일
아프기 전의 우리는
서로에게 꽤 까칠한 경쟁자였다.
“내가 더 힘들어.”
“아니, 내가 더 피곤하거든?”
누가 더 고생하는지로
은근히 점수를 매기던 부부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 쓸데없는 경기였다.
병이 생기고
나는 화를 내면 더 아팠다.
남편은 나를 자극하지 않으려
말투를 낮췄다.
우리는
서로를 이기려던 사이에서
서로를 살피는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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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되면서
몸은 더 쉽게 지쳤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생겼다.
‘이러다 가족에게 짐이 되면 어떡하지?’
그래서 집 근처 하천을
아이들 학교 보내고 매일 걸었다.
잘 걷게 되니
근력운동이 하고 싶어졌다.
그때 지인의 권유로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만 42살에 시작한 운동.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3개월쯤 지나
변해가는 내 몸을 보던 남편도
따라 시작했다.
그렇게 8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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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같이 운동하니
차이는 분명했다.
키 크고 운동신경 좋은 남편은
금방 잘했다.
하지만 운동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리치마저 짧은 나는
정체기가 길었다.
기죽어서
그만두고 싶던 날도 있었다.
그런데
재밌는 날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그만둘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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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면역을 올려주고
부부 사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아이들 정서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
젊은 사람들에 비하면
실력은 평범하다.
하지만
꾸준히 즐기는 힘만큼은
뒤처지지 않는다고
조용히 자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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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았다면
이런 삶을 몰랐을 것이다.
부부가
서로를 이기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의 편이 되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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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내 몸의 신호를 들으며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