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았다면 몰랐을 삶 3

몸이 먼저 배우는 일

by 분홍야옹이

아프기 전의 우리는

서로에게 꽤 까칠한 경쟁자였다.


“내가 더 힘들어.”

“아니, 내가 더 피곤하거든?”


누가 더 고생하는지로

은근히 점수를 매기던 부부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 쓸데없는 경기였다.


병이 생기고

나는 화를 내면 더 아팠다.

남편은 나를 자극하지 않으려

말투를 낮췄다.


우리는

서로를 이기려던 사이에서

서로를 살피는 사이가 되었다.



마흔이 되면서

몸은 더 쉽게 지쳤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생겼다.


‘이러다 가족에게 짐이 되면 어떡하지?’


그래서 집 근처 하천을

아이들 학교 보내고 매일 걸었다.


잘 걷게 되니

근력운동이 하고 싶어졌다.

그때 지인의 권유로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만 42살에 시작한 운동.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3개월쯤 지나

변해가는 내 몸을 보던 남편도

따라 시작했다.


그렇게 8년이 지났다.



하지만 같이 운동하니

차이는 분명했다.


키 크고 운동신경 좋은 남편은

금방 잘했다.


하지만 운동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리치마저 짧은 나는

정체기가 길었다.


기죽어서

그만두고 싶던 날도 있었다.


그런데

재밌는 날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그만둘 수 없었다.



운동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면역을 올려주고

부부 사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아이들 정서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


젊은 사람들에 비하면

실력은 평범하다.


하지만

꾸준히 즐기는 힘만큼은

뒤처지지 않는다고

조용히 자부해 본다.



아프지 않았다면

이런 삶을 몰랐을 것이다.


부부가

서로를 이기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의 편이 되는 법을.



오늘도

내 몸의 신호를 들으며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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