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았다면 몰랐을 삶 – 2

맵짜단의 세계에서 로그아웃

by 분홍야옹이


식사 자리는 늘 작은 연극이었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음식만 골라

천천히 오래 씹었다.

티 나지 않게 삼키는 기술은

학원도 없이 터득한

생존 스킬이었다.


“아프니까 자극적인 건 시키지 말자.”


챙겨주는 마음은 고마웠다.

하지만 잠시 후,


“아, 근데 이거 먹고 싶다.”


미안해하고,

잊고,

반복.


그 장면은

시즌제 드라마처럼 돌아왔다.

출연자는 늘 같고, 대본도 비슷했다.


30대에게

가장 맛있는 건

맵고, 짜고, 단 음식이다.


그 세계에서

나는 조용히 로그아웃했다.

비밀번호는 아직 기억하지만.



모임이 줄었다.

사람들은 내 성격이 변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변한 건

성격이 아니라

대장이었다.


나는

내 대장과 평화협정을 맺었다.


무리하지 않기.

화내지 않기.

지나치게 슬퍼하지 않기.


이 병은

감정에 반응했다.

그래서

마음이 곧 치료였다.



예전의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웃겨주고

다정하게 들어주고

맞춰주는 사람.


하지만 아프고 나서

조금 이기적이 되었다.


아니,

살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나를 지키게 되었다.


그게 결국

가족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아프지 않았다면

이런 삶을 몰랐을 것이다.


몸이 먼저 울 때

마음이 배운다는 것.

멈춘 자리에서

비로소 나를 본다는 것.



오늘도

나는 내 몸과 마음에 귀 기울이며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간다.


작가의 이전글아프지 않았다면 몰랐을 삶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