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짜단의 세계에서 로그아웃
식사 자리는 늘 작은 연극이었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음식만 골라
천천히 오래 씹었다.
티 나지 않게 삼키는 기술은
학원도 없이 터득한
생존 스킬이었다.
“아프니까 자극적인 건 시키지 말자.”
챙겨주는 마음은 고마웠다.
하지만 잠시 후,
“아, 근데 이거 먹고 싶다.”
미안해하고,
잊고,
반복.
그 장면은
시즌제 드라마처럼 돌아왔다.
출연자는 늘 같고, 대본도 비슷했다.
30대에게
가장 맛있는 건
맵고, 짜고, 단 음식이다.
그 세계에서
나는 조용히 로그아웃했다.
비밀번호는 아직 기억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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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이 줄었다.
사람들은 내 성격이 변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변한 건
성격이 아니라
대장이었다.
나는
내 대장과 평화협정을 맺었다.
무리하지 않기.
화내지 않기.
지나치게 슬퍼하지 않기.
이 병은
감정에 반응했다.
그래서
마음이 곧 치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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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웃겨주고
다정하게 들어주고
맞춰주는 사람.
하지만 아프고 나서
조금 이기적이 되었다.
아니,
살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나를 지키게 되었다.
그게 결국
가족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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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았다면
이런 삶을 몰랐을 것이다.
몸이 먼저 울 때
마음이 배운다는 것.
멈춘 자리에서
비로소 나를 본다는 것.
⸻
오늘도
나는 내 몸과 마음에 귀 기울이며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