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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kDolphin Mar 21. 2018

국제커플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가장 불확실한 우리를, 가장 확실하게 사랑하는 방법.

모든 관계는 불확실하다. 지구 반 바퀴를 떨어져 있는 그와의 관계는 더욱 그렇다.


'Out of sight, out of mind'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국제 커플도 많지만, 오랜 시간 서로의 부재와 외로움을 보상하듯, 결혼을 통해 기나긴 생이별에 종지부를 찍는 이들도 생각보다 많았더랬다.


핵폐기물을 지하 깊숙히 묻어두고 모르는 척 할 수 없는 것처럼, it doesn't always work.


그와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서로에게서 멀어져 있던 지난 3년간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며 버텨왔을까.


아주 가끔씩,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이 우리를 짓누를 때가 있다. 지구 상 나에게서 가장 먼 곳에 사는 사람을 사랑하는 관계는 늘 그렇다. 그 불확실성이 불안으로 바뀌는 순간 우리가 움켜잡을 수 있는 단 한 가지 희망은 '언젠가 한 곳에서 만나 결혼하고 정착하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것'이다.


내가 몇 년간 글을 즐겨보던 블로거 한 분이 며칠 전 이런 글을 올렸다. 나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사랑하는 이와 떨어져 계셨던 분이다.


'사랑하는 그 사람과 떨어져 있는 삶에 익숙해져 온 지금, 우리가 결혼한다면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될까? 난 그 이후의 미래가 더욱 불안해진다. 만약 서로가 함께하는 그 미래가 내가 바라던 그 미래가 아니면 어쩌지.'


한 문장 한 문장이 내 마음에 날아와 꽂힌다.




종착역이 없는 기찻길을 걷고 또 걷는다. 종착역을 찾아 헤매면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공부도 사랑도, 늘 확실한 목표를 설정해놓고 달려왔던 것 같다. 많은 이들은 열린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드라마의 열린 결말도 좋아하지 않는데 자신의 인생이라면 더 그렇다.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학교, 좋은 직장, 행복한 삶을 거머쥘 수 있을 거라 믿었던 나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그 둘 사이에는 확실한 인과성은 존재하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사랑은 다를 거라고 생각한 것도 나의 착각이었다. 끝나지 않는 길에서 종착점을 찾아 헤매던 그 막막함을 나는 그와의 관계에서도 느끼게 될까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관계에 종착역은 없다. 종착역을 찾아 헤매던 내 착각일 뿐이었다.




미래를 예상할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우리는 모두 자유로워진다.


그와 나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우리의 미래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이 모든 질문이 사사로워질 때쯤, 나는 가장 불확실한 관계를 가장 확실하게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멀었다. 배워가는 중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기나긴 여정에서 그가 내 옆을 묵묵히 지켜줄 것이라는 직감에 가까운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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