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분 수환 이재 Sep 02. 2020

저는 오분입니다

  

케이크 상자를 열자, 펭귄의 동그란 두 눈과 둥그런 볼이 나왔다. 엄마는 깜짝 놀라셨다.

“쟤가 쳐다봐.”

“엄마, 초콜릿 케이크야.”

엄청나게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펭귄 얼굴이 곧 케이크라서, 엄마는 그 얼굴 어딘가도 플라스틱 칼로도 자르지 못하고, 포크도 아예 대지 못하셨다. 다만 케이크의 맨 아래 가장자리의 초콜릿을 조심스럽게 검지 손가락으로 살짝 찍어서 빨아 드실 뿐이었다.


상자가 너무 커서 케이크는 적당한 용기에 옮겨 냉장고에 넣고, 상자를 버리려 보니 그걸 오리면 제법 큰 펭귄 종이 인형이 나오는 모양새였다. 오호~ 케이크는 실패했지만, 이 종이 인형을 얻는구나! 내게는 종이 인형 하나가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떨리는 마음에 가위를 잡고 펭귄 모양을 오리니 엄마는 옆에서 말씀하셨다.  


“이걸 뭐하러 오려?”

“그럼 이거 버릴까?”

“아니, 버리지는 마.”

“그럼 내가 가질까?” 나는 내가 가지는 방법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었다. 오리면서 이미 어느 벽에다 붙일까도 머릿속에 다 계획이 있었다.

“네가 가져가고 싶다면 가져가야지.”

“...... 엄마, 이거 여기다 놓을까? ”

“그래도 돼.”


'이 종이인형은 무엇인가?' 하고 이제 수없이 물어볼 준비가 된 엄마와 대답해야 할 나의 수고를 덜기 위해, 나는 종이 인형 뒤에다가 ‘저는 펭긴입니다'라고 적었다.


엄마는 여러 번이나 귄 종이인형의 뒤를 보면서 “얘는 펭긴라네. 펭긴하시더니 이내 “나는 오분입니다라고 당신을 소개하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