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달랐던 아이

영재라고 했다.

by 이보연

희수는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 다섯 살에 유치원에 들어갔다. 노란 유치원 버스에 태워 첫 등원을 시키던 날, 엄마가 안 보일 때까지 설레는 표정을 하고 머리 위로 크게 손을 흔들며 떠나는 아이를 보며 기특함과 허전함으로 괜스레 눈물이 핑 돌았다.


희수는 그저 평범하고 아이답게 자라기를 바란 내 마음과는 달리 남들과 조금 다르게 자랐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면 엄청난 집중력으로 눈을 반짝였고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웠다.


사교육 한번 받은 적 없이 한글을 떼고 영어책을 읽었다.

"희수가 외국에서 살다왔나요?"

하고 유치원 영어 선생님께 전화가 올만큼 배우는 속도가 빨랐다. 한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앉은자리에서 몇십 권씩 곁에 쌓아놓고 읽곤 했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마다 신이 나서 종알거렸다. 한자카드를 구해와서 한자씩 외우며 신나서 방방 뛰었고, 알려준 적도 없는 세계 국기와 수도를 모두 외워버렸다.바이올린도 꾸준히 배우더니 여섯 살 3월, 콩쿠르에 나가 초등학생들을 제치고 상을 받았다.

'그냥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빠를 뿐이야.'

애써 모른척하려 했지만 주변에서 아이가 남들과 다름을 자꾸 얘기해주어 여섯 살에 지능검사를 받아봤다. 호불호가 강하고 집중력이 뛰어나며 언어능력이 특히 타고난 '전형적인 영재 성향의 아이'.

그런 아이는 무얼 찾아 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 깨우치곤 했다.

"엄마 어려운 수학 문제 풀고 싶어요."

해서 초등학생용 사고력 문제집을 사주면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몇 시간씩 붙잡고 앉아 야무지게 연필을 쥐고는 한자리에서 반권씩 풀어냈다.

한동안은 과학 실험에 빠져서 집 앞 해가 잘 드는 공터에 돋보기를 들고 아빠 다리하고 앉아 마른 나뭇잎을 태우기도 했고, 어떤 날은 소금을 물에 녹였다가 끓였다가 분주하기도 했다.


이런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부모로서 축복받은 일이었다. 하루하루 자라고 발전하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신기하고 행복했다.그럴수록 욕심을 내지 않으려는 노력도 했다.

'하늘에서 맡긴 아이, 욕심내지 말아야지.'

여러 번 다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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