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수는 아가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쪽쪽이 물고 기어 다니던 시절에도 음악을 틀어주면 아빠다리하고 앉아 좌우로 흔들흔들 몸을 흔들어대다가 한쪽으로 쿵 넘어지고는 꺄르르 웃는 게 일상이었다. 잠깐 안 보면 싱크대 안을 뒤져 냄비 뚜껑들을 꺼내 쨍쨍 두드리며 입이 찢어져라 웃어댔고 조금 커서는 제법 정확하게 노래를 따라 부르고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며 진지하게 율동을 했다. TV에 오케스트라의 연주라도 나오는 날이면 막대기 하나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연주가 끝날 때까지 한 시간씩 지휘를 하던 그런 아이여서 진작부터 음악을 사랑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바이올린에 빠진 것은 정확하게 네 살 여름이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리틀 아인슈타인'이라는 만화를 보던 희수는 바이올린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고맘때 아이들이 보통 그렇듯 하루 이틀 지나면 잊어버릴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여간해서 조르는 법이 없던 아이가 며칠이 지나도록 계속 졸라댔다. 그래서
"그러면 칭찬스티커 100개 모으면 사는 걸로 하자."
약속을 했다. 당시 엄마나 동생을 돕거나 착한 일을 할 때면 칭찬스티커를 하나씩 주곤 했는데 약속한 그날부터 희수는 엄청난 속도로 스티커를 모으기 시작하더니 두 달도 안되어 결국 스티커 100개를 모두 모았다.
"칭찬스티커 다 모았으니까 이제 바이올린 사줘. 장난감 바이올린 말고 진짜로."
라고 구체적인 요구를 하는 아이 성화에 못 이겨 진짜 바이올린을 샀다. 네 살 아이에게 딱 맞는 어른 손바닥만 한 1/10 사이즈의 바이올린을 어렵게 구했다. 그때까지 바이올린 사이즈가 그렇게 다양한 줄도 몰랐다.
그 손바닥만 한 바이올린을 받아 들고는 뛸 듯이 기뻐하던 것도 잠시... 곧 혼자는 바이올리니스트처럼 연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엄마, 이제 선생님을 불러줘."
라고 말했다. 네 살 아이가 정말로...
선생님을 구하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처럼 온라인 커뮤니티가 잘 되어있던 시절도 아니었던 데다가 네 살 아이를 가르쳐보겠다는 선생님을 찾기도 어려웠다. 수소문 끝에 유치원 수업을 나가신다는 선생님을 찾아 연락했지만 다섯 살 이하는 어렵다고 했다.
"조금 있으면 다섯 살인걸요. 한글도 다 알아요. 또래 아이들보다 얌전하고 말도 잘 알아들어요."
하고 한참을 졸라 일단 한번 보러 오기로 하셨다. 원래는 한 번 보고 아직 어려서 안 되겠다고 할 생각으로 오셨다는데 예상과 달리 열의 넘치는 네 살 아이를 보고는 일단 가르쳐보겠다고 하셨다. 희수는 그렇게 네 살 12월에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 후 평생을 바이올린을 사랑하며 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