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그리고 딸
수건을 개는데 딸이 와 앉았다.
사부작 사부작 하더니 칼같이 예쁘게 개 놓고는 스스로 감동한다.
딸이 반듯하게 개 놓은 수건을 보며 은찬이가 생각났다.
엄마를 돕고 싶다며 걷지 못할 때도 소파밑에 내려앉아 수건을 개곤 했다.
눈이 안 보일 때도 돕고 싶어 해서 수건하나 쥐어주면 떨리는 손으로 구깃구깃 개 놓고는 뿌듯한 표정으로 웃었다.
개 놓은 수건이 예쁘던 밉던 아들은 예뻤다.
바이올린을 잘하고 공부를 잘하던 아들도 사랑했지만 바이올린 들 힘도 없고 한글도 제대로 못쓰는 아들을 더 사랑했다.
파릇파릇 자라나는 아들도 사랑했지만 시름시름 죽어가는 아들 역시 가슴 시리도록 사랑했다.
딸이라고 다를쏜가..
열심히 사는 딸도 예쁘지만 심통 나서 툴툴거리는 딸도 사랑한다.
무심한 듯 수건을 함께 개는 딸도, 귀찮아서 못 본 척 지나가는 딸도 사랑한다.
"엄마랑 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죠.
나랑 열 달을 탯줄로 연결되 있었는데 당연한 거 아니에요?"
라고 너스레를 떠는 저 녀석이 내 배에서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사랑한다.
"그거 알아요? 내가 엄마를 택해서 온 거예요. 하늘에서 엄마를 골랐거든요. "
말하는 이 아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