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가족에게 가장 곤란한 질문
중학교에 입학 한 딸이 묻는다.
"엄마, 친구들이 오빠가 있냐고 물을 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별가족에게 가장 곤란한 질문이 바로 가족관계를 묻는 것 일 것이다.
은찬이를 보내고 몇 달 후, 처음으로 미용실에 갔을 때였다.
보통의 미용실이 그렇듯 그곳 디자이너도 스몰토킹을 시작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 디자이너와 내가 할 얘기가 뭐가 있겠는가..
결혼을 했는지, 자녀가 있는지 호구조사부터 하기 시작했다.
딸 하나라기에 "아, 네. 저도 뭐..." 하고 얼버무리고 말았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인 토킹이 시작되었다.
"혼자라서 외로워하지는 않아요?", "시댁에서 아들 낳으라고 잔소리 안 해요?" 등등등
계속되는 이야기와 질문들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어떤 대답을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정말 정신이 혼미해졌었나 보다.
우리 가족은 당연히 네 명이라고 생각한다.
부끄러운 일도 아니기에 굳이 숨길 이유도 없고 당당히 말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원래는 아이가 둘이었는데 하나는 2년 전에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라고 말하고 났을 때 그 어색한 공기와 흔들리는 눈빛, 그 후로 나를 대하는 태도는 아직 감당하기가 어렵다.
딸도 같은 말을 했다.
"오빠얘기를 하는 건 괜찮은데 그러면 친구들이 나를 불쌍하게 쳐다봐요. 그게 싫다고 오빠가 없다고 말할 수도 없으니 오빠가 있는데 별로 안 친하다고 말해요."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아들이 있는데 너무 똘똘해서 일찌감치 외국유학 보냈다고 말할까 하는 생각...
그러면 또 누군가 유학정보를 꼬치꼬치 물어볼 것이 뻔하기에 그만두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 가족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는지는 아직도 우리에게 큰 숙제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으면 좋겠다.
곤란한 질문은 서로 안 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