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쇼핑몰 운영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최고의 진상고객이라기보다는
가장 특이하고 거짓말에 서툴렀던 고객이라 해두자.
온라인 판매자를 위한 카페에
올라오는 진상 고객의 사연들을 보면
상식이 증발한 세상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아이 한복을 추석에 맞춰 주문한 뒤
하루 착용한 다음 착용하지 않았다며 다시 반품하는 경우이다.
쿠팡이 대세가 된 뒤로는
이런 일은 놀랍지도 않게 반복된다고 했다.
나의 고객들은
바느질하는 사람들 이어서인지
비교적 느긋하고 마음이 유한 고객들이 많은 편이다.
(비율적으로 확실히 그렇다)
그렇지만 나도 가끔 진상 고객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나마 애교로 봐줄 수 있는 고객님들은
홈페이지를 보고 전화해서
문의를 하면서 자신의 자랑 또는 하소연을 늘어놓는 경우이다.
주로 연세 드신 분들이 자기도 모르게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경우가 많다.
쇼핑몰 운영도 할 일 이 많은데
업무 중에 이런 전화를 한번 받으면
일의 흐름이 끊기다 못해 기가 빨려서 거의 하루를 날려버리기도 한다.
가장 많은 유형은 물건을 보냈는데 못 받았다고 우기는 경우이다.
내 기억으로는 분명히 보냈는데
상대방이 하나가 빠졌다고 하면
그냥 내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한 번 더 보내준다.
그런 다음 진상 고객이라고 체크를 해두고
다음에 보낼 때는
"고객님, 지난번에 잘 못 보내서 죄송했습니다.
이번에는 직원 세 명이 확인하고 잘 챙겨 보냈습니다. "
라고 문자를 함께 보낸다.
처음에 못 받았다고 할 때
그냥 바로 수긍하는 이유는
CCTV가 없는 사무실에서
나도 사람인지라 내가 100% 빠짐없이 보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언 중 하나가 '신이 아니면 그누구든 테이터를 갖고 와라!'이다)
가장 특이했던 고객은
아마도 거짓말에 서툴렀던 것 같다.
동물 모양 키홀더에 검정 눈구슬을 달아 주는데
그 검정 눈구슬은 작은 것, 큰 것 두 가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 눈구슬 포함 이것저것 원단과 각종 부자재를 주문했다.
물건을 발송하고 며칠 뒤 전화가 왔다.
다른 물건은 모두 다 잘 도착했는데,
검정 구슬이 잘 못 왔다는 것이었다.
" 고객님, 검정 구슬만 빠졌나요?"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대답했다.
" 아니요. 모든 물건이 잘 왔어요. 구슬도 잘 도착했어요.
그런데 검은색이 아니라 흰 구슬이 왔어요."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내 귀를 의심하며 3초간 할 말을 잃었다.
"고객님! 저희는 흰 구슬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동물모양작품을 할 때 눈을 표현하기 위해 검정구슬만 취급해요.
제가 가지고 있지도 않은 흰 구슬을 어떻게 보냈을 까요?"
그녀도 나의 말을 듣고 잠시 주춤했지만
마땅한 다른 대답이 생각나지 않았는지
우기기 시작했다.
"검정 구슬을 주문했는데 흰 구슬이 왔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는 그쪽에서 알아볼 일이지...... "
나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에게 잘못 온 제품의 사진을 문자로 보내 달라고 했지만
그녀는 나이가 많아 스마트폰을 잘 못 만지기 때문에
사진을 보낼 줄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다.
목소리가 60대 정도였으므로 어쩌면 사진을 못 보내는 것이
진실일 수도 있으나....
그 앞의 내용으로 봐서 그것도 거짓말일 확률이 컸다.
나는 빨리 이 사건을 마무리 짓고 싶어서
물건을 새로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그 고객은 당장은 필요하지 않으니 다음 주문 때 보내 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는 나에게 주문하지 않았다.
10여 년 전쯤 일인데
그 고객의 의도가 뭐였는지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