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할머니..

by 나일스



병동 휴게실은 늘 조용했다.

누구도 크게 웃지 않았고, 누구도 크게 울지 않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시간을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 날, 한 할머니가 들어왔다.

소곤소곤 대화가 오가는 공간에서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고, 마스크도 자주 벗었다.

병동의 공기와는 조금 다른 결이었다.

사람들은 말을 걸지도 않았고,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한 번은
할머니가 우리에게 다가와 물었다.
“여기 아이들도 다 같은 백혈병이에요?”
우리가 모두들 그렇다고 하자.
“그런데 왜 다들 안 울고 있어요?”
그 말에 순간 공기가 멈췄다.


이식을 마치고 회복 중이던 한 엄마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진단받은 지 얼마 안 되셨나 봐요. 저희는… 울만큼 많이 울었어요.”
그 말은 덤덤했지만 깊었다.

울음이 다 끝나서가 아니라, 울음 위에 또 하루를 쌓아 올린 사람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도 애가 아픈데 계속 눈물이 나지 않나요? 나는 눈물이 멈추질 않아요. 우리 손자는 귀한 아들이거든…”
그 순간,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귀한 아들이라니. 여기 있는 아이들 중 귀하지 않은 아이가 어디 있을까.


아까 그 엄마가 다시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귀한 아들이죠. 여기 있는 아이들… 다 귀한 아이들이에요.”
그 말은 누구의 슬픔이 더 크다고 말하지 않으면서, 누구의 아이도 덜 귀하지 않다고 말해주는 문장이었다.


병동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우는 사람들이 있다.

소리 내어 우는 사람도 있고, 눈물 없이 버티는 사람도 있다.

울음의 모양은 달라도, 마음의 무게는 다 비슷할 것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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