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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번째 삶 Dec 05. 2019

계속해보겠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아닌 나에게 하는 다짐

    황정은의 소설을 좋아한다. 그의 글을 읽으면 나까지 단순 명료해지는 것 같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깔끔하게 정리가 되는 것 같다. 황정은의 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를 다시 한번 읽은 후로 내 카톡 프로필 메시지는 몇 년째 '계속해보겠습니다'이다. 소설 내용도 좋지만 이 책은 제목이 책값을 거의 다 했다. 포기하고 싶어 질 때 주문처럼 내게 힘이 되어 주는 말, 계속해보겠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계속해 보겠다는 거냐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 내 삶을 메꿔주는 것들. 워낙 배우는 걸 좋아해 종류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러 다녔다. 문제는 내게 끈기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손은 대봤지만 잘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내 소개를 하라면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언젠가 재능도 있고 열정도 사라지지 않는 일을 만나면 그게 내 적성일 거라고 핑계를 대면서 줄기차게 포기하며 살았다.

'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 주문을 만났을 때 나는 벌여 놓고 얼마 되지 않은 일을 다시 수습해야 할 상황이었다. 나는 잘하는 게 뭘까 한숨이 나오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계속해 보자고, 내 마음에 새겨놓았던 것이다. 처음엔 팟캐스트 방송이었다. 최근에 새로 생긴 것이 하나 있다면 글쓰기. 열정에 넘쳐서 시작해도 금방 마음이 떠나곤 하는데 이렇게 어물쩡 시작했다가 글을 쓰려는 마음이 소리 없이 사라질까 봐 망설여졌다. 그래도 후회하긴 싫었다. 어릴 적 가장 좋아하던 수첩을 다 써버릴까 아쉬워 쓰지도 못하고 서랍 속에 오래 넣어두었다 써야 할 때를 놓쳐버렸던 것처럼. 그래서 지금 해보겠다고, 더 늦기 전에 해보겠다고, 계속해보겠다고, 고집스레 우겨 본다.  누구에게도 아닌 나에게 하는 다짐으로.






    팟캐스트 방송을 알게 된 건 우연이었다. 팟캐스트가 뭔지도 몰랐다. 독서 모임을 함께 하던 분이 방송을 하신다고 해서 처음 알았다. 언감생심, 내가 방송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지만 이상하게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교육을 받고, 내친김에 공동체라디오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당시에 읽었던 김영하 작가의 『말하다 』에서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하는 거야'라는 말에 용기를 얻었다. 책과 전혀 친하지 않던 내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싶다는 욕심에 시작했다. 멋도 모르고 발을 들였고 그럭저럭 재미를 붙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나의 열정은 금방 식어버렸다. 나란 인간은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열정이 쉬이 사라진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아주 빈소리도 아닌 것이다. 슬슬 하기 싫어져서인지 맘에 안 드는 구석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만둘까 말까 여러 번 망설였다. 그래도 마음속에 한가닥 애정은 남아 있었나 보다. 계속해보겠다고, 주문을 적어 놓았기 때문일까.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간당간당 이어온 지 햇수로 4년 차. 2016년 그 해에 내가 하고 있던 일 중에 아직도 하고 있는 일은 팟캐스트 방송뿐이다(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해 보니 블로그 활동은 계속하고 있었다. 물론 몇 달씩 떼었다 붙였다 해 가며 근근이). 그나마 3년 넘게 꾸준히 해 온 활동이라는 사실에 셀프 쓰담을 해주고 싶다. 끈기도 없는 내가 보상도 없이 3년 이상 뭔가를 계속하다니. 거기엔 '계속해보겠습니다'의 주문도 분명 지분이 있을 것이다. 다음 주엔 공동체 라디오 송년특집으로 공개방송을 한다. 겅중겅중 건너 뛰어가며 했던 방송이지만 4년 동안 내공이라는 것이 보일락 말락 싸라기눈만큼은 쌓였으리라. 누가 알아주진 않아도 참 잘했다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줘야지.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한 지 한 달 남짓. 신나게 시작하려고 했으나 벌써 미적지근해진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 연말이 다가오니 일 년의 배터리가 방전되어가나 보다. 이제 한 달 남았으니 힘을 내!라고 하기엔 새해가 된다고 없던 힘이 갑자기 공짜로 충전되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나는 보이지 않는 힘을 짜내어 12월 한 달간 매일 글쓰기에 도전 중이다. 글쓰기 강의를 들으며 일주일에 글 한 편 쓰는 것에도 번번이 허덕였는데, 겁 없이 욕심을 한번 부려본다. 정 급하면 예전에 써 놓았던 글 보수해서 재활용하고. 아니면 매일 틈틈이 써서 이어 붙이고. 그래서 결국, 어떻게든, 그래도,


계속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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