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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번째 삶 Dec 08. 2019

침을 맞으며

한의원에서

오른쪽 어깨가 아파 한의원에 갔다. 정형외과에서 약을 지어다 보름 동안 먹은 뒤였다. 이번엔 약도 꼬박꼬박 챙겨 먹었지만 어깨는 계속 아팠다. 아픈 곳이 옮겨 다니며 팔이 아팠다 손이 아팠다 하는 것도 같다. 처음 일주일 동안 약을 먹은 뒤 병원을 다시 찾았을 때 의사는 MRI를 찍어보자고 했다. 검사 결과가 다행히 좋은 편이면 그냥 주사 치료를 하겠지만 근육이 끊어진 것이면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도 많다는 회전근개파열 같다고. 나는 좀 더 생각해 보자고 다시 일주일분의 약을 받아왔다. 수술이라는 말에 겁이 났다.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필요하다면 해야겠지, 마음이 기울던 차, 남편이 그럴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한의원이 가보자고 했다. 몇 년 전 왼쪽 무릎이 아플 때와 똑같은 패턴이다. 병원에서 한의원으로.


그때, 새로 일을 시작하느라 평소 내가 하던 일의 양을 넘어 무리했던 것은 사실이다. 특별히 넘어지거나 다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무릎이 너무 아파서 걷는 것도 힘이 들 정도가 되어 정형외과를 찾았다. 의사는 무리한 탓에 염증이 조금 생긴 것이라며 약을 처방해 주었다. 약을 먹으면 좋아졌다가 안 먹으면 다시 아팠다. 그러니 약 먹는 것에 꾀가 났다. 그때 열심히 먹어서 염증을 치료했어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쳐 버렸다. 진통소염제와 근육이완제 약만 계속 먹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조금 통증을 견디다 한의원으로 갔다. 몸이 너무 허하다고 한약도 먹고 무릎에는 장침을 놓아주었다. 장침이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 너무 아파서 몇 번 가다가 말았다. 이번엔 통증의학과를 찾았다. 여기저기 기웃기웃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무릎의 통증은 깨끗하게 나아지지 않았고 지금도 가끔 욱신거릴 때가 있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가장 안 좋은 방법이었다. 한 곳에서 진득하니 치료를 받았더라면 이런 통증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가 이번 경우와 다른 것이 있다면 약을 먹으면 괜찮았던 것이다. 그건 지금 이 어깨 통증의 원인이 염증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른쪽 어깨 통증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이가 오십이 다 되어가니 아픈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럭저럭 견디고 산지 몇 달쯤 됐나.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고 더는 안될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 이번에는 진득하니 치료받으려고 했는데. 의사의 수술 소리가 무서워 나는 다시 한의원을 찾았다.

그 날은 아침부터 오른쪽 어깨에서 팔을 지나 손까지 모두 아팠다. 한의원에선 목과 어깨 모두 안 좋다고 했다. 침은 매일 와서 맞으라고 했다. 짧은 침을 스무 개쯤 놓았다. 장침보다는 참을만했다. 의사는 마치 내 얼굴에 씌어있기라도 한 듯 오랫동안 정성 들여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증 치료하는데 오래 걸릴 거라고. 내가 침 치료를 금방 그만둘 것처럼 보이기라도 했나. 이번에는 끈기를 갖고 계속 치료해보자. 침을 맞은 뒷목이 뻐근하고 아프지만 좀 더 시간을 들여 견뎌 보리라. 내 삶은 어쩌면 이리도 포기와 불성실로 점철되어 있는 걸까. 이렇게 해서 수술 없이 나아지길, 이번에는 포기하지 않기를 나에게 빌어본다. 인내가 나에게 새로운 출구가 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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