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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번째 삶 Dec 09. 2019

글쓰기 강좌 수료식을 마치고

일상이 글이 될까

지난주, 글쓰기 강좌 수료식이 있었다.
3개월간 진행되었고 그동안 써냈던 글로 동학들과 문집을 하나 냈다.
지난 여름의 끝자락에 참여하게 된 글쓰기 강좌. 올해 초만 해도 내가 글쓰기 강좌를 듣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우연히 부천시민대학을 알게 되었고 우연히 글쓰기 강좌를 보았다. 우연히 '일상이 글이 될까'라는 제목이 나를 매료시켰다. 삶은 우연의 연속이다. 계획없는 시간이 더 많은 우연을 끌어당겼다.
부천시민대학의 강좌 중에 브런치 글쓰기라고 했다. '브런치 작가'는 작년에 잠깐 생각했지만 먼저 작가가 된 블로그 이웃님 얘기 듣고 포기했더랬다. 꾸준히 글을 쓰기가 자신없었거니와 내 글을 어디에 내놓기도 부끄러웠다. 강좌를 들으면 감이라도 잡힐까 싶어 용기를 냈다. 처음으로 듣는 글쓰기에 대한 강의였다. 글쓰기 숙제라면 손가락부터 굳을 것처럼 인문학 강의를 듣다가도 글쓰기를 한다고 하면 강의에 빠질까 생각까지 한 나였으니 스스로 글쓰기 강좌에 간다는 건 대단한 용기였고 놀라운 변화였다.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는 기술적 방법을 배우는 줄 알았다. 강좌는 내 예상과는 달랐다. 글 쓰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글을 쓰는 방법에 관한 것이라면 학교 다닐 때 배운 일기와 편지 형식 밖에 모르는 내게 새롭고도 중요한 공부가 되었다. 함께 강의를 듣는 분들의 열정과 재능에 부러움과 질투가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살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조차 재능이 되는 글쓰기였다. 서울서 나고 자랐고 도시생활 말고는 별 경험도 없는 나는 가진 게 너무 없어 아쉬웠다. 그런 결핍이 나를 길러줄 것이라 우겨보지만 아무래도 내게 글쓰기 재능은 멀기만 했다.

그래도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아직은 열심히 해보겠다고 속으로 다짐을 움켜쥐고 있지만 이 열정이 금방 사라질까봐 두렵다. 내가 보기에 나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고 열정은 너무 빨리 식는다. 부러움도 잠깐, '난 그냥 이렇게 살거야'하고 그만 둘 핑곗거리를 찾는 나를 이번에도 발견할 것만 같다.

수료식의 마지막, 선생님이 준비해오신 버츄카드를 하나씩 골랐다. 올 해 가장 아쉬웠던 것을 골라 내년엔 더 집중적으로 노력해 보자면서.

부족한 것으로 치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먼저 내 눈에 띈 것은 '열정'. 이어서 보인 건 '목적의식'. 무엇을 해도 목적의식이 없다보니 열정도 빨리 식는 것 아닐까.



일은 한번에 하나씩 처리하고,
시작한 일은 끝을 맺으세요.


내게 가장 필요한 조언이다. 내년엔 이 한 문장이 나를 좀 잡아주면 좋겠다. 목적없이 떠도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나니 난 지금 뭐하고 있나 싶기도 한 것이다. 누구처럼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살고자 하지만 이제 목적은 좀 갖고 살자.



함께 공부했던 동학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우리들에게 글쓰는 방법을 꼼꼼히 친절히 알려주셨던 김영문선생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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