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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번째 삶 Nov 17. 2019

오성상회 둘째 아들

그의 이야기

‘식탁염’이라고 씌어 있었다.

과자 한 봉지 가져오라는 숙제

엄마가 찾아내어 뻥튀기 담아준 봉지

과자 한 봉지 살 돈 없는 시절

‘식탁염이 뭐지?’

선생님 질문에 식은땀이 솟는다.

가난이 뭔지 몰라도 부끄러움은 알았다.   

 

부모님 가게에선 쌀과 연탄을 팔았다.

연탄 배달 도우라는 말에

형은 도망가 버리고

아버지와 둘이 연탄 배달을 했다.

양 손에 집게를 들고

한 번에 네 장씩, 몇 백번 계단을 오르내렸다.

아직도 동네에선 오성상회 둘째 아들이라 불린다.   

 

밖에서 놀다 친구들을 몰고 온 형이

라면을 끓여오라고 때리면

부엌에서 라면을 주먹으로 내리쳐

가루를 만들어 끓였다.

형은 숟가락 가져오라 소리쳤다.    


이십 대에 흰 머리 나고

백발의 부모님 아래

어찌 보면 내력 같지만

형의 새까만 머리카락 볼 때면 억울한 마음이 든다.

부러 그런 게 아닌 줄 알지만

왜 안 좋은 건 나만 물려줬느냐며 아직도 서운하다.    


아버지는

약속시간 한 시간 전에 도착해야 하는 성미였고

무슨 일이든 바로 해치워야 했고

가족을 위해 어떤 일이든 도맡아 했고

일하지 않는 것을 못 견뎠다.

그런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형이 밖에서 싸움하고 말썽부려도

큰 소리 한번 내지 않는 아버지를

때려서라도 가르치지 않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들에게 표현할 줄 몰라

아는 체도 안하고

살갑게 대하지도 못했노라고

손주만 예뻐하는 당신 모습

미안하다고

고백하는 아버지를

이제는 이해하려고 한다.    


아버지를 닮고 싶기도 하고

닮고 싶지 않기도 했던

오성상회 둘째 아들은

이제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등굣길 서두르지 않는다고

아이들을 다그치다가도

건강만 하면 된다고, 자신을 타이른다.

아버지처럼 후회하지 않으려고,

자신과 꼭 닮은 두 아이에게

미안함을 남기지 않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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