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번째 삶 Dec 24. 2019

차이나타운에는 탕후루가 있다

가족 나들이 하기 좋은 인천


출발하기 전 경로를 검색했다. 어떤 경로로 가야 최소의 동선으로 모두 갈 수 있을까.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우선 출발한다. 네비는 인천 신포시장 공영주차장으로 안내했지만 어느덧 점심시간, 만차다. 차를 돌려 예전에 갔던 주차장의 위치를 더듬으며 크게 신포시장 둘레를 한 바퀴 돌았다. 역시나 만차. 주차할 곳이 안 보여 점점 식은땀이 려는데 시장 가운데 길에 주차장이 보였다. 안심이다.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빙글빙글 도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괜스레 불안해진다.




첫 번째 목적지는 차이나타운. 신포시장을 가로질러 차이나타운 방향으로 걸어간다. 겨울이지만 낮에는 영상의 기온이라 걷기엔 딱 좋다. 시장의 복잡함이 조금 줄어들자 근대식 건물이 보인다. 인천 중구청 가까이 가면 예쁜 골목에 옹기종기 작은 가게들이 모여 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사진 찍고 싶은 곳이라 발걸음이 더디다.



차이나타운으로 들어서면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것은 탕후루. 얼마 전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봤는데. 몇 걸음 걸을 때마다 탕후루가 눈에 띈다. 점심 먹고 나서 먹어보자고, 몇 집을 지나쳤다.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둘레둘레. 오늘도 역시나 공화춘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뭘 먹고자 줄을 서지 않는 우리 가족의 지론에 따라 다른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유산슬, 깐쇼새우, 탕수육,...... 마무리는 짜장면. 맛있게 먹고 나와서 보니 짜장면 달인이 하는 집이었다. 나와서 우리는 곧장 탕후루 가게로 갔는데, 방금 배부르다 한 말이 무색하게 "탕후루랑 공갈빵도 주세요!"


드디어 탕후루!

탐스럽게 커다란 딸기에 씌워진 반짝반짝 시럽!

기다란 꼬치에 꽂힌 모양새가 군침 돌게 한다.

하지만 첫인상과 달리 첫 입을 대어 보는 순간 표면의 딱딱함에 놀라게 된다. 부드러운 시럽이 발린 줄 알았는데. 옛날 뽑기 하면 주던 누런 설탕과자와 같은 색깔, 같은 냄새, 같은 맛이다. 딱딱함을 부수어 한입 베어 물면 다시 놀라게 되는데, 딸기가 너무 다! 커다란 딸기 하나를 다 입에 넣고는 차가움에 입안이 얼얼하고 이가 시려서 깨물지도 못하고 삼키지도 못해 한동안 말을 할 수 없다. 우리는 그런 서로의 모습에 낄낄대며 웃었다.



근대식 건물들이 있는 골목을 카메라 셔터 눌러가며 걷는다. 날이 아주 춥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이들과 함께 자주 외출하지 못하는 요즘이라서 더욱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이다. 길가의 고양이와도 인사하며 그렇게 천천히 걷는다. 기웃기웃 신포시장에 도착했지만 아직 배가 불러 신포시장의 다양한 먹거리는 패스. 주차비는 오천 원, 어느새 두 시간 반 정도 지났다.




다음 목적지는 월미공원이었지만 그냥 집으로. 오늘 나들이를 위해 차이나타운과 신포시장과 개항장 근대거리와 월미공원까지, 가장 짧은 동선을 궁리했는데. 하루에 너무 욕심부렸나. 아이들과 함께 월미공원에 가서 둘레길도 걷고 1년 후에 엽서를 보내주는 느린 우체통도 볼 계획이었는데. 춥고 힘들다고, 그만 집으로 가잔다. 아쉬웠지만 다음을 위해 오늘은 여기까지. 예전에 없던 여유가 생겼다. 계획한 대로 다 해야만 하는 줄 알았던 나는 이제 물러설 줄 알게 되었다.


결국 엽서 미션 실패. 지만 신포시장에서 차이나타운까지 산책은 성공이었다. 차이나타운에서 만난 탕후루 덕분에 더욱 즐거웠다. 다음에도 먹을 거냐고 묻는다면 음...... 글쎄다. 한 번으로 족하지 아니한가.


매거진의 이전글 무엇을 어떻게 쓸까/이오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