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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번째 삶 Dec 27. 2019

2019년 가장 기억에 남는 책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2019년 독서 목록
2019년 1월 ~ 6월

1. 당신이 옳다

2. 내 심장을 쏴라

3. 마음

4. 심리학 사전

5. 이제부터 민폐 좀 끼치고 살겠습니다

6. 바늘땀

7. 그렇게 중년이 된다

8. 내 마음을 만지다

9. 우리 읍내

10.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11. 내 그림자에게 말 걸기

12. 자기 사랑 노트

13. 마음의 문을 닫고 숨어버린 나에게

14. 머물고 싶은 남자 떠나고 싶은 여자

15.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16.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17. 채식주의자

18. 상처 받지 않는 영혼

19. 나의 작은 인형상자

20.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21. 공중그네

22.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23. 꿈의 해석

24. 쓰기의 말들

25. We

26. 안녕 주정뱅이

27. 일상의 모험

28. 오늘 뭐 먹지

29. 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

30. 분홍 리본의 시절

31. 흑산

32. 그림자 여행

33. 레몬

34. 침이 고인다

35.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36. 두근두근 내 인생

37. 어떻게든 이별

38.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39. 여행의 이유

40.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41.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42.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43. 슬픔 비슷한 것은 눈물이 되지 않는 시간


2019년 7월 ~ 12월


44.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45. 나를 뺀 세상의 전부

46. 수학자의 아침

47.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48. 카프카 전집(변신)

49. 카프카 전집(실종자)

50. 그리운 메이 아줌마

51. 대성당

52. 카프카 전집(소송)

53. 청구회 추억

54. 카프카 전집(성)

55. 걷는 사람

56. 시간을 지키다

57. 카프카답지 않은 카프카

58. 나는 날마다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

59. 필경사 바틀비




올해의 책 읽기


몇 년 간 새해 목표로 야심 차게 '백 권의 책 읽기'를 꼽았다. 그러나 매년 실패. 올해는 아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읽고 나서 적어놓은 목록을 보니 60여 권. 읽다 만 책까지 합하면 80권은 되겠다.


선물 받았거나 산 책들은 목록에서 거의 제외했다. 다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게는 이상한 버릇이 있는데 꼭 읽어야지 하고 산 책은 완독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책은 책꽂이 장식용으로 산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그냥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면 반납의 압박에 의해 완독 하게 되는데 산 책은 그런 압박이 없으니 쉽게 다른 책으로 손이 간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그대로 책장행. 한 권을 모두 읽고 새로운 한 권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여러 권을 이것저것 섞어서 읽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급한 것, 또는 흥미로운 것부터 읽다 보니. 빌려와서도 완독 하지 못하는 책들은 다음에 읽어야 할 책에 쫓겨 밀려났거나 끝까지 읽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는 책이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모든 작가는 독자의 시간을 사는 것이다(라고 말하려는데 얼굴이 화끈거리는 이유는... 나의 무쓸모 한 글을 읽고 공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ㅠㅠ).


1월에만 열세 권의 책을 읽었다. 단기 독서토론 모임 때문이었다. 매주 한 권의 주제 책이 있었지만 그와 관련된 참고 책까지 매주 두세 권의 책을 읽었다. 내가 봐도 미친 듯이 읽었더랬다. 다른 분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내 기준으로 그랬다. 머리맡에 책을 쌓아두고 읽다자다 자다 읽다 했다. 독서모임의 장점은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내 취향대로라면 절대 읽지 않았을 책을 읽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주제를 계속해서 읽다 보면 질려버리거나 책만 보면 체한 듯 답답하고 어지러움증을 느끼는 후유증이 생기기도 한다. 내게도 그런 시간이 왔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엔 쌓아둔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책을 빌려다 수북이 쌓아놓곤 했다. 그나마 팟캐스트 방송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술술 잘 읽히는 산문만 읽었다. 시집도 꽤 읽는데 한 권을 완독 하는 일은 의외로 많지 않다.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스르륵 넘겨보다가 맘에 드는 시만 골라서 읽곤 한다. 여름 동안은 방송 준비를 위한 책 외에는 아예 읽지 않았다.


가을에 다시 시작한 독서는 주로 카프카의 작품이었다. 카프카 강의를 듣기도 했고 한 작가의 작품을 연달아 읽으며 공부하는 것에 새로운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게 하필이면 카프카라서, 당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물음표를 항상 달고 다녀야 해서 좀 힘들었지만 나름 보람 있는 독서였다. 카프카 내 맘대로 읽기라고 매거진을 발행한다고 큰소리쳤지만 막상 쓰려면 정리가 안된다. 카프카는 정말, 읽을수록 중독성이 있다.



2019년 가장 기억에 남는 책


읽고 나서 따로 서평을 쓰지 않으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중요하게 밑줄 그은 것이라도 적어 놓고 했지만 읽는 것만으로 과부하가 걸리면 그마저도 귀찮다. 목록을 적고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고르려니 봄에 읽었던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 눈에 띈다.


책을 고를 당시에 누구의 추천을 받은 것도 아니고 어떤 사전 정보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우연히 도서관에 꽂힌 책등의 제목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표지는 의외로 괴기스러웠고 책의 두께는 상당했다. 빌려다 하룻밤만에, 밤에 읽기 시작하여 아침까지 다 읽었다.


책은 1부 비밀노트, 2부 타인의 증거, 3부 50년간의 고독이라는 제목으로 세 편이 한 권으로 묶였다. 1, 2부는 정말 단숨에 읽었고 3부는 살짝 눈을 붙이고 다시 읽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그렇게 눈을 뗄 수 없는 책은 없었다. 읽는 내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중간에 책을 덮을 수 없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읽고 나서는 누군가와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었고 주위 분들에게 추천했다. 며칠 전 어느 브런치 작가님이 읽은 책 추천받는다기에 주제넘게 추천해 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인 중 누군가는 너무나 읽기 힘든 책이라 했다. 1부만 읽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했다. 누구나 상황에 따라, 지금 관심이 있느냐에 따라 읽히는 것이 다르다. 나는 금서를 처음 접한 어린아이의 심정처럼 놀라고 두근거리며 읽었다. 그때 적어 둔 간단한 소감에는 빅토르의 말이 적혔다.


 나는 이제 쉰 살 밖에 안됐어. 내가 담배와 술을, 그래, 술과 담배를 끊는다면, 책 한 권쯤은 쓸 수 있을 거야. 몇 권 더 쓸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단 한 권이 될 거야. 나는 이제 깨달았네, 루카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것없는 책이건, 그야 무슨 상관이 있겠어.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힐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 지나갈 뿐이네.

 -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이 본문 발췌를 옮겨 적는 동안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1. 내가 갑자기 글쓰기 강좌에 등록하고 글을 쓰고 싶어 진 것은 나도 모르게 빅토르의 이야기가 마음속 깊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2. 책을 읽고 소감을 적어 놓지 않으면 그 감동은 금방 사라지고 만다.(그때의 글을 다시 읽어보고서야 위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 줄 요약 :

올 한 해 읽은 책을 한 번 정리나 해볼까 하고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잊고 있던 중요한 사실을 건져 올렸다.


글쓰기는, 그것이 무엇이든 내게 성장을 가져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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