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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번째 삶 Dec 26. 2019

보상이 필요해

매일 글쓰기 26일째

한 달 동안 매일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용감하고 무모하게. 나와의 소리 없는 약속이었다.

보상이 없는 일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내게는 그다지 메리트 없는 도전이었다.

그런데 왜 시작했느냐 굳이 따진다면 새롭게 발을 들인 브런치 글쓰기에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보자는 것.


12월 1일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쓴 지 이제 26일째. 

이제 닷새 남았다. 지금까지 해 온 것의 오분의 일이 남았지만 다섯 배만큼의 부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온갖 엄살을 부리며 포기이유를 찾는 내가 있다.




매일이 힘들었다. 밤 12시가 되기 전 겨우 쓸 때도 있었다.

하루하루 버겁지만 매일 글쓰기를 이끌어가는 동안 습관처럼 뭔가를 끄적이는 나를 발견한다.

걸을 때도, 설거지할 때도, 잠들기 전에도, 오늘은 무엇에 대해 쓸까, 내일은 어떤 이야기를 쓸까 머릿속에 정리하고 있었다. 덕분에 내 주변의 소소한 일에 관심이 생겼고 나의 생각을 들여다보게 되어 좋았다. 

무언가 깃털 무게만큼이라도 달라진 내 모습을 발견하는 기쁨!

걸로 충분하지 않은가!


충분하지 않다. 쥐어짜듯 위태롭게 이어 나가다 보니 내가 쓰는 글이 시시껄렁해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분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왜 나는 저렇게 못 쓰는 걸까 속상했다.

내 글이 찌질해 보였다. 일기장에나 써야 할 이야기였다.  

그만하라고 내 속의 목소리가 꼬드긴다.


처음부터 뭘 바라고 글을 쓴 건 아니었는데. 무슨 대단한 관심 같은 걸 바란 건 아닌데. 일말의 기대 같은 것이 있었을까. 십 년째 블로그를 하면서는 부리지 않던 욕심이 나를 괴롭혔다. 욕심이 생기면 부담스럽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 포기하고 싶어 진다. 포기하지 말고 가라고 나를 다그칠 원동력이 힘을 잃는다.


시간의 흐름에도, 미션의 성공에도, 쿨한 척하고 싶다. 그러려면 에너지가 많이 든다. 나를 속여야 하므로. 이제 슬슬 연료가 떨어져 간다. 대체 연료가 필요하다. 보상을 줘야겠다. 한 달 글쓰기가 끝나면 나를 위해 선물이라도 해야지. 그러면 한 달이 지나도 더 쓰고 싶어 질지 모른다.




포기하고 싶은 나에게, 보상이 필요하.

글쓰기를 통해 얻게 되는 영혼의 양식만으로 나를 끌고 갈 수 없다면 속물인 것을 인정하는 쪽이 편하다. 나는 물질적인 보상이 다. 스스로를 인정하자. 난 원래 이런 인간이었다!


일기면 어떻고 찌질하면 어때?

아무도 안 알아주면 어때?

오늘도 나는 주문을 외운다.




계속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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