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씻어 전기밥솥에 밥을 안쳤다. 밥이 완성되는 시간은 삼십여 분. 밥이 되는 동안 국을 데우고 고기를 볶았다. 국과 반찬 준비가 되었는데도 밥이 되려면 5분 정도 남았다.
왔다 갔다 수저를 놓고 반찬을 꺼내고 국을 뜨고. 다시 시간을 보니 1분. 주걱을 들고 밥솥 앞에 서서 밥이 다 되었다는 소리가 나오길 기다렸다.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라는 알람은 밥솥이 하는 말이지만 대꾸하거나 대화를 할 수는 없으니 말이 아니라 소리인가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그러면서도 왜 이렇게 1분이 길까, 그냥 다시 앉아서 기다릴까 망설이는데 1 표시가 0으로 바뀌며 밥이 되었다고 알려준다. 밥이 완성되는 마지막 1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빨래는 헹굼보다 탈수가 중요하다고 했다. 모처럼 켜 놓은 아침 방송에서 알려줬다며 남편이 전한다. 그럼 오늘은 수건이니까 탈수까지 끝낸 후 헹굼과 탈수를 한 번 더 해볼까?
이미 빨래를 끝낸 세탁기를 다시 켜서 헹굼 한 번을 누르니 탈수는 기본으로 세팅된다. 소요 시간은 24분. 헹굼을 끝낸 뒤 수건이 한쪽으로 몰렸는지 탈수를 하다 말고 다시 급수하는 소리가 들렸다.
일시 정지를 누르고 통 전체 무게가 비슷해지도록 빨래를 분산시켰다. 동작 버튼을 누르니 남은 시간은 7분. 얼마 안 되니 보면서 기다리지 뭐.
유리뚜껑을 통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는 통이 보인다. 통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간도 금방 줄어들었다. 5, 4, 3, 2. 그리고 마지막 1분. 통이 돌고 돌아도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들여다보는 내가 빨려 들어갈 것 같다.
1분이 왜 이렇게 길지? 마치 내가 보고 있으면 더 빨리 끝나기라도 할 듯 1이라는 숫자를 노려보았다. 나도 모르게 숨까지 참고 있었나. 1이라는 숫자와 눈싸움을 하다가 지겨워져서 그만 포기하려는데 숫자가 0으로 바뀐다. 겨우 1분인데 지겹다니? 탈수하려고 빠른 속도로 돌던 통이 멈추는데 걸리는 시간 때문일까. 통이 도는 동안 계속 숫자는 1이었다가 그 통이 멈추면 그때 0으로 바뀌게 프로그래밍된 건가. 문득 궁금하다.
기계적으로 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할 리 없는데. 마지막 1분 동안 기다리는 내 마음이 조급 해서였을까. 이제 금방 끝날 거라는 기대로 내 감각 시간을 두 배 속도로 빨리 돌렸을지도 모른다. 내가 예상한 시간보다 길기 때문에 마지막에 더 지루하게 느꼈을지도. 다른 시간보다 유독 마지막 1분만 길다니. 합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여기면서도 마지막 1분이 길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니까 다음엔 마지막 1분은 타이머로 재 봐야겠어.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