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했다 들어오니 벌써 저녁 시간. 아이가 오늘 저녁은 뭐냐고 묻는다. 늘 그렇듯이 냉장고 파먹기 할까 살펴보는데 이것저것 주전부리가 눈에 띈다. 며칠 전 아이들 방학이니 간식거리가 많이 필요할 거라며 장을 잔뜩 봐 온 탓이다.
한 봉지 가득인 디너롤(우리에게 익숙한 모닝빵과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지만)과 먹으려고 만들어 놓은 계란 샐러드도 남아 있었다. 저녁에 뭘 해먹을지 곰곰이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계란 양념해 놓은 것도 남았어!"
"계란 양념한 게 뭐예요?"
응? 그러니까... 계란 그거 뭐지?
그게 뭐더라? 양념이 아니라, 그러니까.
계란 양념이라니. 피식 웃는다. 아무리 다른 생각하며 말하느라 무슨 말하고 있는지 몰랐대도 그런 표현이라니.
어느새 내 나이 돼 봐라, 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찬찬히 생각해도 그게 뭔지 생각이 안 난다. 그거 있잖아, 그거. 계란 으깨서 마요네즈랑 섞은 거. 아, 그거.
내 어휘력이 이렇게 딸렸나. 서둘러 찾아봐도 이름을 모르겠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에그 산도, 계란 샌드위치인데. 거기다 발라서 먹는 거 그건 뭐지?
음, 모르겠어. 아무튼 그거야.
다른 생각을 하며 말을 할 때면 의도하지 않았던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곤 한다. 두 개의 문장을 섞어서 말하기도 하고. 말하려는데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한 동안이나 '그거' 타령만 하기도 한다. 머리가 녹슬어 가나 싶어 슬쩍 민망하지만.
나이 탓이든 어휘력 탓이든 의미는 통했으니까 괜찮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