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믿는 사람들

재래 시장에서

by 세번째 삶

내가 사는 동네에는 시장이 있다. 좀 걸어 나가야 하지만 마트나 큰 슈퍼에서는 절대 모를 재미를 시장에서 얻을 수 있어 자주 애용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지에서 유명한 시장에 들러도 그리 특별히 좋은지를 잘 모른다. 챙겨서 가 봐도 우리 동네 있는 시장이랑 비슷한데? 싶어 진다.


동네 시장에는 단골로 과일을 사는 가게가 있다. 과일을 사는 일 외에 다른 말을 나눠 본 적은 없지만 한 가족이 하는 가게 같은 느낌. 나이 드신 부부가 있고 젊은 남자와 좀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여자가 주로 손님들을 상대한다. 젊은 남자 사장님은 귀에 쏙 박히는 특별한 목소리로 그날의 과일을 소리쳐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지금은 귤을 많이 먹는 계절이라 우리 집은 귤을 박스로 산다. 아이들도 좋아해서 일주일이 한 박스 정도는 먹는다. 나 혼자서 시장에 갈 때는 들고 오기 힘들기에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시장에 갈 때 사 온다.


남편이 작은 귤보다 까기 쉬운 큰 귤을 좋아해서 갈 때마다 더 큰 사이즈의 귤을 찾는데, 오늘 그 젊은 사장님은 우리가 큰 걸 찾자 무얼 찾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부부가 자주 와서 더 큰 귤은 없느냐고 물어서 일까.


귤은 현금가로 만 이천 원. 시장에서 소액으로 구매할 때는 거의 현금을 사용하는데 오늘은 지갑이 든 가방을 차에 두고 내렸다. 남편은 미리 본 장 바구니를 주차장에 있는 차에 두고 온다 하고 지갑은 거기 있으니 우선 귤 박스를 받아서 차에 두고 지갑을 가져오려고 했다.


- 먼저 귤 가져가고 지갑 갖다가 현금드릴게요. (박스는 남편이 가져가고) 저는 (돈 가져올 때까지) 여기 있을 거예요.


남자 사장님이 손사래를 쳤다.


- 아니에요. 그냥 다녀오세요. 장 다 보시고 오셔도 돼요. 희한하게 과일 도둑은 없더라고요.


- 아, 그래요?


나는 좀 위험한 발언이라 생각했다. 우리 부부가 낯익어서 그랬던 걸까. 과일을 그냥 가져갈 걱정 없이 믿어 준다는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의심의 눈초리를 한 순간이라도 느꼈더라면 나는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그래도 이해는 했으리라. 누군가 외상을 달라고 할 때 나라면 주지 않을 테니. 그런데도 그렇게 말해 준 젊은 사장님이 고맙다. 예전에 느끼던 시장의 푸근함 같은 것은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사람을 믿는 좋은 사람들은 아직 시장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