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열한 시에 시작한 식사자리가 몇 시간이나 이어졌다.
엄밀히 말하면 식사하는 사람들은 한 시간 만에 끝났고 술자리가 길었다.
남편 혼자서 상을 붙들고 몇 시간이다.
밥 먹으면서 술 마시는 게 일상화되었다고는 해도 아직 대낮인데.
워낙 자기 일은 잘 알아서 하는 사람이려니,
그가 하는 일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 편이지만
불편하고 지루한 자리에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것은 맘에 들지 않는다.
감정을 억제한 걸까.
내가 느끼는 감정을 나도 알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무의미하게 시간은 흘렀고
문득 시계를 보니 오후 아홉 시.
내 하루 중 열 시간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내가 주도적으로 움직인 시간은 없었다.
책도 읽지 못했고 글도 쓰지 못했다.
시간을 계획적으로 나누어 알차게 쓰거나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을 크게 인식하고 살지 않는 나인데.
오늘 하루는 이렇게도 더디고 지루해 무기력이 내게 손을 내민다.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