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을 피하고 싶은 나에게

내 감정 들여다 보기

by 세번째 삶

1월, 새해 첫 모임. 갈지 말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정오가 되었다. 나는 무엇 때문에 회피하려고 하는 걸까. 직접 그곳으로 가서 들여다보기로 했다. 다시 도망치지 않기 위해, 내가 무엇 때문에 죄책감을 갖고 있으며 어떤 감정 때문에 불안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얼마 전 나는 상처가 될 말을 던져 놓고 혼자서 안절부절못했더랬다. 그래 놓고 다시 만날 용기가 안 났던 걸까. 그들은 이미 다 잊어버렸을지도 모르는데 추스르지도 못할 말을 뱉고 나면 늘 이런 식으로 괴로워한다. 오늘은 최대한 말을 줄이고 사람들 속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에 집중하려고 했다.




화가 나면 화를 내는 내 감정을 보려고 했지만 다행히(?) 화가 나지는 않았다. 나를 들여다보려고 했더니 보이지 않던 남의 장점이 보였다. 늘 단점만 눈에 띄어서 그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 찾기에 바빴다. 나는 왜 저 사람이 싫었을까, 이런 점은 본받을 만 한데. 물론 맘에 안 드는 점도 있는 사람이지만 좋은 점도 많은데.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나를 보기로 한 처음 마음이 옅어졌다.


습관대로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기 시작하자 J의 단점이 보였다. 보기 싫었던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 간 건가. 이전에 나에게 모임의 제삼자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조목조목 내게 동의를 구하던 J는 오늘 자기는 다 이해한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J의 오늘 말과 행동은 자신이 후배에게 겪었다는 어떤 상황과 똑같았다. 내게 그 말을 하며 자신은 그 후배의 행동이 너무나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었다. 나는 J의 겉과 속이 다른 말에 잠시 어이가 없었지만 혼자 피식 웃고 말았다. 내 감정에 빠지지 않고 그를 재단하는 나를 보았다.


결국 타인의 단점을 찾아내고 말았지만 화가 나지는 않았다. J에 대한 나의 감정을 생각한다. 처음에는 연민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혐오로 넘어갔다. 다만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 겉으론 당당해 보이지만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진 J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나를 당황시켰는데 그 두 개의 감정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고 그래서 나는 점점 더 J가 불편했던 것이다.


맘에 안 드는 일이 있을 때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것은 안 좋은 습관이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말을 하고 돌아온 날이면 어김없이 쏟아낸 말들을 후회하게 되다 보니 차라리 말을 않고 싶어 진다. 오늘은 계획했던 것보다는 말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내 감정에 휩싸여 쓸데없는 말들을 하지 않았으므로 만족.




모임에 가기 망설여질 때, 어떤 핑계로든 피하고 나서 마음이 편할 것 같다면 그래도 좋다. 하지만 회피하고도 내내 찜찜함이 이어질 것 같을 땐 직접 부딪혀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늘 나의 시도는 사람들 속에 있는 나의 감정에 집중하는 것에서 좋았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보약이 된다. 화가 나는 내게 물어보자. 뭣 때문에 화가 났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