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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Apr 22. 2022

장수풍뎅이가- 온다.

#오기 전부터 걱정 #누가 치워? ##그래도 생명의 소중함 #동심 존중


엄마, 내일 유치원에 장수풍뎅이가 온대요.
그리고 우리 집으로 데리고 온대요.


뭐어어??

말도 안 돼. 설마-


어제 하원 한 둘째 꼬맹이의 말을 듣던 신랑과 나, 그리고 첫째까지 모두 서로 눈이 똥그래져서 무언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난 곤충 싫어!!!'

'똥 싸면 누가 치워??? 가정통신문에 그런 이야기 없었는데? 근데 풍뎅이도 똥 싸???'


'정말이래.. 요.. 내일 선생님이 주신.. 댔는.. 데.. 저는 키우고 싶은데..'


가족들의 반응을 본 둘째가 말끝을 흐리면서 그래도 본인은 키우고 싶다는 의지의 눈빛을 보냈다.


부리나케 월요일에 나눠주신 한 주 간의 안내가 담긴 가정통신문을 다시 읽어봤지만 곤충 이야기는 없었기에 조금은 안심하며 저녁을 먹이고 재우고, 아침을 맞이했다.


그런데 어제 둘째가  얘기했던 것이 사실로 다가 온 문자를 받았다.

하원할 때 장수풍뎅이를 보내주신다는 문자.



왐마.


신랑 신랑. 이거 봐봐 이거 봐 봐. 정말이야.
정말. 진짜!! 장수풍뎅이가 우리 집에 온대.

라는 호들갑을 담아

레. 알.이라는 두 글자의 카톡을 신랑에게 남겼다.

정말이구나. 우리 집에 새 식구가 생기는구나. 이렇게나 갑자기? 이렇게나 마음의 준비 없이???



우리가 애완 식구를 못. 안 키우는 이유.


나와 신랑은 같은 mbti이다. 물론 엠티가 혈액형만큼이나 이분법적인 논리 속에 사람의 다양한 사고를 일반화할 수 있다는 오류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어쨌거나 신랑과 나는 비슷하게 게으르다.


게으르지만 여행은 가고 싶고.

게으르지만 즐거움은 느끼고 싶고.

게으르지만 동물과 모든 생명은 아끼고 사랑한다.


그래서 그동안 강아지, 고양이. 를 새 식구로 맞이할까.. 하는 고민은 여러 번 했었지만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사랑하지만 그 아이들을 매이 산책시켜주고, 목욕시켜주는 등.. 한 생명을 마지막까지 책임져 줄 에너지는 없다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아이들이 어려서 그럴지도-라고 합리화해보기도 한다. 다른 집들은 아기가 있어도 잘 키우더구먼.) 그렇다고 우리가 세상의 생명들에게 정이 없는 사람들도 아니다. 작년 말, 잠시 임보 했던 길고냥이를 1주일 만에 새 식구에게 보내던 날, 둘 다 너무 슬퍼하며 돌아오는 차 안에서 끄억끄억 울었다.


아무튼, 우리는 마음은 따듯하지만, 게으른, 삶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로 더 공을 들여야 할 에너지는 미약한 부부이다. 그러니 집에서 강아지, 고양이 등을 포함한 우리 아이들 외에 다른 것을 키운다는 상상은 해본 적도 없는데. 갑자기 장뎅이가 집에 온다니. 워후!


나는 나 하나 키우기도 버거워. 신랑 케어하는 것만으로도, 남자아이 둘 키우는 것만으로도 졸린데. 나무늘보에게 새 식구라니. 워후~!!!



사실은 나도 좋다는 말이야.

어제도 아이에게는 '말도 안 돼.'라고 말은 했지만, 그 말과 동시에 아마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엠비티아이는

누군가와 약속이 잡히는 것은 좋아하는데, 막상 약속이 취소되면 더 좋아함.


이란다. 정말 그렇다. (엠비티아이, 이건 과학인가?) 장뎅이가 집으로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머릿속에 이미 '장뎅이의 집은 뭘로 하는 거지? 집은 어디에 두지? 먹이는? 근데 걔.. 똥을 싸긴 싸? 고냥이 처럼 치워주면 되는 건가?'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드나들고 있다.


이것 봐.


나무늘보도 게으르지만, 좋아하는 것도 있고, 사실 누가 집에 오면 다 좋아해.

(그리고 온다고 했다가 취소되면 더 좋고!!! 헤헤헤)


장뎅이야, 아직 못 만났지만 다시 유치원으로 보내지는 않도록 노력해볼게. 흐흑.

우리 집 꼬맹이야. 레이지 엄마 아빠 덕에 아직 아무도 집에서 못 키워봤었는데, 이번엔 잘 키워보자.


(장뎅이 삶의 끝은.. 근데 어디죠? 혹시나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봐도 걱정.)



(속 마음 : 삶은 왜이리 무거운 것이냐. 오늘 오후에 새로 오는 장뎅이가 하나 더 추가될 예정- 엄마 일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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