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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Jun 03. 2022

메뉴선정 고사1-숨겨둔 맛집 하나쯤 있다는 짜릿한 행복

중국집 콩국수가 얼마나 맛있게요.

퇴근 후. 배가 고픈 저녁 타임.


메뉴 선정 고사

[문제1 ]

제시된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메뉴를 보유한 식당은?


-조건-

1. 허부렁하지 않고 든든할 것

2. 날씨가 더웠으니 찬 메뉴+배고프니 따듯한 메뉴가 모두 섞여있을 것

3. 적당히 달콤하여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것

4. 아이들과도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맵+안 맵 메뉴가 섞여 있을 것 

5.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흔한 메뉴 일 것

6. 맛있을 것!!!


-보기-

가. ooo막국수

나. oo 각

다. oo반점

라. oo순댓

마. oo낙지


-----

가~마는 우리 식구가 종종 이용하는 식당 이름이다. 물론 다 맛있고 종종 가는 곳이다. 다만 이날 1~6을 모두 충족한다고 만장일치로 선택된 곳은


정답:다

이다.



다. 식당은 우리 작은 시골 동네에- 그중에서도 더- 시내에서 떨어진 깊숙한 곳에 숨겨진 것 같은 위치의 중국집!이다.


어제의 메뉴 픽은 만장일치로 중국음식!

보기 나. 도 중국집이었는데 나. 는 세련된  인테리어의 한 번도 안 가본 곳이라 패스-했다.


그래서 그날은 다니

다-를 선택했다.


다 식당을 알게 된 건 최소 15년 전. 다-는아주 오래된 동네의 작은 중국집. 주변에 가게가 하나도 없는 골목 안, 주택가 사이에 덩그러니- 말 그대로 숨겨져 있다.


10년 전부터였을까? 대략 추측하건대 20년 전부터 이곳이 숨겨져 있어도 롱런 영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단연코 맛! 이 아닐까 싶다.


특히 간짜장과 여름의 콩국수.

고기튀김, 탕수육, 짬뽕, 잡채밥이 맛있다.

다른 건 아직 못 먹어봤다.

쓰고 보니 모든 메뉴가 다 맛있.



[어휘풀이]

*허부렁하다

먹고 난 후, 허기가 완전히 채워지지 않거나 금방 소화될 정도로 가벼운 느낌-이라는 의미로 충청도 출신의 신랑이 사용하는 단어.


(어째, 신랑이 써온 의미와 사전적 의미와는 다른데? 경기도 토박이인 나는 결혼 후 이 단어를 '배가 고프다.'라는 의미로 활용하여 사용한다. 


예:막국수는 금방 배가 허부렁해지잖아. 오늘은 배가 많이 고프니 탕수육 먹으러 가자!)

출처:네이버 국어사전



이 날의 주문은 자장면, 탕수육.

그리고 1년을 기다린 여름 한정 메뉴인 콩국수였다.


사진으로 담지 못하는 자장면의 고급진 맛!

서울의 어느 유명 식당 못지않을 퀄리티라고 생각한다. 물론 주관적이지만. 고기가 갈려있는 자장면. 간짜장은 더 맛있다는 건 안 비밀!!


이 콩국수는 일 년을 기다려왔다. 직접 재배하신 파주 장단콩으로 만드신다는 콩국수! 첫째 임신 중에 이 콩국수가 먹고 싶어 한 그릇 뚝딱 해치운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탕수육은 부먹 스타일로 푹 담겨서 나오는데

이 날은 우리 아이 취향을 고려하셔서(아이는 찍먹파) 소스를 따로 담아내 주셨다. 사과 듬뿍 적당히 달달한 소스. 후한 인심. 신선한 고기 육질이 느껴지는 두툼한 탕수육. 이 모든 것이 삼박자를 맞추며 최고의 식사였다.



아지트가 지닌 힘.


아지트로 지정해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짜릿한 행복이다.


이곳을 공개하고는 싶어도 사장님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었기에, 혹시나 원치 않는 노출은 부담스러우실까 봐 위치나 상호는 미공개합니다-


(물론 인근의 지역 주민들은 메뉴판 사진만 봐도 어디인지 딱 알아차릴 곳이지만)

이곳은 전국적 유명 장소가 아니어서 가고 싶을 때 줄 서지 않고, 조용조용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할 수 있다.  북적이는 맛집의 유명세 속에서 대기표를 받아 식사를 하는 즐거움도 있겠지만 이곳의 매력은 그 어느 곳보다도 조용하다. 그리고 사장님과 간간이 안부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는 정이 오간다. 


이만하면 아지트로 충분한 조건이 되지 않을까?


10대 때의 아지트는 분식집이었고, 20대 때의 아지트는 신촌의  좌식 카페였다. 인도풍의 어두컴컴한 커튼이 쳐진 카페에서 발 쭉 뻗고 쉬다 보면 모든 스트레스가 잊혔다. 30 초반의 아지트는  키즈카페(옆 엄마 공간.;;씁- 눈물..) 그리고 지금의 아지트는.. 물론 중국집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 편히 찾아갈 수 있고, 그곳에서의 시간을 즐길 수 있으면 그곳은 모두 아지트가 된다.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을 자신만의 아지트. 그 공간에서 취미를 즐기기도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심리적으로 기댈 수도 있고.. 이런 것들이 아지트라는 공간이 가진 힘일 것이다.


장소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 마음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곳 , 그곳이 아지트가 된다. 집이 될 수도 있고, 예쁜 카페가 될 수도 있고. 그런 공간을 마음속에 하나쯤 챙겨 넣고 다녀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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